
[FETV=유길연 기자, 박신진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둔 4대 금융지주가 올해도 성장을 위한 가속패달을 밟을 전망이다. 핵심사업인 은행은 작년 급증한 대출자산을 바탕으로 올해도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비은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디지털·글로벌 사업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은행, ‘이자불패’는 계속된다...NIM 상승 전망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금융)의 작년 3분기 당기순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9조733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9조3799억원)에 비해 약 3.2%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남은 4분기에도 특이 사항이 없는 만큼 2019년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지주가 작년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은행 부문의 이자이익의 선방에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17조366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1% 늘었다. 제로금리에 접어들어 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로 하락한 상황에서 기록한 실적이다. 은행은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비롯해 대출을 크게 늘렸다. 작년 9월 말까지 전체 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작년 한 해 규모에 비해 60조원 더 많았다.
은행은 올해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예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올해도 대규모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어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의 상승은 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NIM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출 자산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NIM 상승은 은행의 이자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대출성장률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NIM은 거의 하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행 이자이익은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손충당금도 최대 7% 정도 증가에 그쳐 총영업이익 증가 규모만으로도 충당금 증가분을 상쇄해 은행의 순익은 4%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불어난 대출로 인한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실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작년 은행이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춰 총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일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는 부실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올해 경기의 반등 폭이 예상을 밑돈다면 부실기업이 불어나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실채권이 불어나면 대규모 충당금의 추가 적립을 피할 수 없다.
● M&A는 현재진행형...'비은행 강화'
금융지주는 새해에도 인수합병(M&A)를 통한 비은행부문 강화 움직임은 계속된다. 작년 금융지주의 호실적의 또 다른 이유는 비은행 계열사의 힘이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최근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대형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증시 호황을 타고 수수료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증권사가 없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밖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손해보험사, 카드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한 상황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는 적극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일제히 끌어올렸다. 이에 4대 금융지주의 9월 말 기준 총자본비율은 당국의 권고치(11.5%) 보다 3~4%p 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출자여력을 측정하는 이중레버리지 비율도 여유가 있다. KB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는 모두 당국의 규제상한선인 130%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내적 성장과 함께 외형적 성장을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알맞은 매물이 있으면 종합적인 검토 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올해도 생존전략은 ‘디지털·글로벌’
디지털화도 올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금융지주는 디지털화를 위해 대규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은행과 카드 계열사는 작년 말 마이데이터 사업도 예비허가를 받았다. 이달 중 본 허가 심사까지 통과하면 정식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 지위를 부여받게 돼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나금융은 법률적인 문제로 계열사 중 예비허가 명단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올해 추가 신청을 위한 준비와 함께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는 KB금융의 약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을 자회사로 편입한데 이어 인도네시아 중형급 규모인 부코핀 은행을 품에 안았다. KB금융은 올해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부코핀은행의 적자 규모가 올해 얼마나 매워질지에 따라 KB금융의 글로벌 실적도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신한금융, 하나금융도 올해 코로나19 완화에 맞춰 한 단계 더 도약할 계획이다. 특히 작년 두 금융지주는 글로벌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 두 금융지주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이 진행되는 여부에 따라 글로벌 경쟁 구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도 작년 하반기 동남아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현지법인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등 반전을 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글로벌은 은행 및 금융지주의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꼽히는 만큼 올해도 두 사업 부문에 있어 금융지주의 노력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