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소통과 겸손의 리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 재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김 회장은 2018년 비자금조성, 채용비리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DGB금융의 지휘봉을 잡은 후 특유의 소통 능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시켰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은 대구·경북 지역의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실적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에게서 '경영수업' 받아
김 회장은 1954년 11월 27일 경북 칠곡군 출생으로, 대구 경북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외환은행에 입사해 13년 동안 일하다 보람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후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되면서 하나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때 김 회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당시인 1999년 김 회장은 보람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김 전 회장은 김 회장의 뛰어난 업무 능력을 한 눈에 알아보고 합병 후 하나은행의 핵심 부서인 영업추진부장에 발탁하는 등 지주와 은행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승승장구하던 김 회장은 2012년에는 하나HSBC생명(현 하나생명) 대표 자리로 옮기면서 첫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하나HSBC생명은 2008년 하나금융이 글로벌 금융그룹인 HSBC와 합작해 세워졌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첫해부터 적자를 보더니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하나HBSB생명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 회장은 2013년 HSBC가 철수하고 사명이 하나생명으로 바뀐 이후 본격적으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하나생명을 2013년 155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회사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보험설계사와 점포를 구조조정하면서 몸집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방카슈랑스채널에 집중하는 김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2년 간의 하나생명 대표직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전 회장이 물러나자 김 회장을 비롯한 소위 ‘김승유 사단’ 인물들도 함께 주요직에서 내려왔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9년 1월 29일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2대 대구은행장 취임식에서 대구은행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DGB금융지주]](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041/art_16024261098126_72f476.jpg)
● DGB금융 '구원투수' 등판...조직 안정 이끌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회장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DGB금융지주의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2018년 3월 사퇴하면서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 회장의 경쟁자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이었다. 조직 내부 비리로 회장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외부 인사로 후보군이 구성됐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 전 행장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전 행장은 농협은행의 ‘빅배스(대규모 부실털어내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을 주도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부드러운 소통형 리더십을 갖춘 김 회장이 각종 의혹으로 어수선해진 조직을 안정화시키는데 필요한 인물로 봤다. 김 회장은 직원의 격없는 소통과 화합이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신념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격식보다 실용성을 강조하고 투명한 인사관리로 직원의 신망이 두터운 점도 주요 평가요소였다. 그는 투명한 인사관리와 직원을 존중하는 태도로 조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하나생명 시절 의전 차량으로 고급 승용차 대신 실용성 중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택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직원들이 지점 등으로 짐을 나를 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 시절 대구경북지역본부장과 영남사업본부 부행장을 맡아 경북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해봤던 경험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8년 5월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원칙에 입각해 조직안정화를 위한 칼을 뽑았다. 우선 각종 협의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같은 해 6월 DGB금융과 대구은행 임원 11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후 비은행계열사 6곳의 임원 인사에서도 인사대상자 13명 가운데 7명이 사퇴했다. 이 같은 과감한 결단에 따른 어려움도 따랐다. 회사를 떠나게 된 DGB금융과 대구은행 임원 가운데 일부가 경북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DGB금융과 사퇴한 임원들은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또 여러 반대를 설득하면서 지주 회장-은행장을 겸직 체계도 갖췄다. 2018년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겸직하고 있던 대구은행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차기 대구은행장 선출을 놓고 DGB금융과 대구은행 양측 이사회는 선임절차 및 자격요건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에 대구은행장 자리는 2019년 1월까지 행장대행체제가 이어졌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을 한시적으로 겸직하고 그 동안 새 행장 후보를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육성한 뒤 겸직체제를 끝내겠다고 이사회를 설득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고, 김 회장은 작년 1월부터 대구은행장 지휘봉까지 잡게 됐다.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통해 그는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고 통합시켰다.
그는 차기 대구은행장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도 소흘히하지 않았다. 이에 올해 10월 초 임성훈 대구은행 부행장을 차기 대구은행장으로 임명했다. 은행장 육성프로그램을 거쳐 수장에 오른 국내 첫 사례다. 이에 김 회장이 성공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2018년 10월 31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하이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DGB금융지주]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041/art_1602426313892_48c922.jpg)
● 수익성 향상 ‘돌격 앞으로’...하이투자증권 인수·수도권 영업 확장
그룹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 회장은 영업 영역을 수도권으로 확장하는데 힘을 쏟았다. 2019년 초에 수도권 영업혁신본부를 신설하고 7월 수도권에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의 점포가 결합된 복합점포를 내고 고액자산가 유치에 나섰다. 그해 4월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서울 DGB금융센터’ 문을 여는 등 수도권 점포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수합병을 위한 수익원 다각화도 진행했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DGB금융은 2017년 12월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출했지만 채용비리·비자금조성 의혹으로 인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인수 마무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차례로 만나고 기존 임원 대거 사퇴라는 인적 쇄신도 이뤄냈다. 이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 대구·경북 경제 활성화, 그룹 실적 반등이 과제
김 회장은 DGB금융을 정상화하는데 성공을 거뒀지만, 남은 임기 동안 주어진 과제도 많다. 우선 지방 금융그룹 순익 2위 자리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DGB금융의 작년 당기순익은 327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 줄었다. 그 사이 라이벌인 JB금융지주는 사상 최대인 341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에 지방금융그룹 실적 2위 자리도 JB금융에 내줬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하면서 실적이 더 악화됐다. 올 상반기 DGB금융의 순익은 185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코로나19로 충당금을 같은 기간 45% 크게 늘린 1337억원을 쌓은 영향이다. 조직 안정화가 이뤄진 만큼 올 해 남은 기간 동안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점은 DGB금융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대구 실질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3∼5%로 예상했다. 경북지역은 올해 총생산액이 16조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대출 자산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DGB금융이 무엇보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