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박현주 미래에셋대우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939/art_1600656331969_d3de8a.png)
[FETV=유길연 기자] 남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금융회사 회장들이 각종 소송에 희말리면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최근 금융사 회장들은 가족과 투자자, 금융당국, 글로벌기업 등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에 자신의 여동생과 남동생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유류분반환청구를 제기했다. 유류분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유언에 따라서만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특정 상속인에게만 몰릴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반드시 남겨둬야 하는 다른 상속인들의 몫을 말한다.
이번 정 부회장의 소송은 그의 어머니 조모씨의 유언장을 둘러싸고 동생들과 벌인 소송에서 패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파악된다. 조모씨는 지난 2018년 3월 "대지와 예금자산 등 10억원 전액을 딸과 둘째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여기엔 조씨의 배우자인 정경진 종로학원 창업자와 장남인 정 부회장에 대한 상속 부분은 빠져있었다.
이에 정 부회장 측은 "유언증서의 필체가 조씨의 평소 필체와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 유언장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동생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동생들이 유언장대로 어머니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됐다. 이에 정 부회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몫을 받겠다며 이번 소송을 걸게 된 것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당국에 고발했다. 교보증권의 FI들이 행사한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의 공정시장가격을 자의적으로 산정했다는 이유다.
FI는 지난 신 회장이 지분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위기에 직면하자 지난 2012년 ‘백 기사’로 등장했다. 당시 신 회장은 1800억원의 상속세로 인해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한 지분율이 64.5%에서 40%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었다. 이에 신 회장은 어피니티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을 FI로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FI는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간 계약(SHA)이 포함됐다. FI들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FI는 약속된 기한이 되자 신 회장에게 IPO를 요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과 증시 상황 등을 이유로 IPO를 계속 미뤘다. 더 기다릴 수 없었던 FI는 지난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FI가 신 회장에게 주식을 다시 사가라며 제시한 금액은 1주당 40만9000원으로 총 2조122억원이다. 신 회장은 생보사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1주당 가격은 20만원 중반대가 맞다며 반발했다. 약 8000억원대 가격 격차가 를 줄이는 데 실패한 양측은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각종 소송으로 재판 중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소명할 것이 남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조 회장과 임직원 3명 등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에 대한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가 제기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과 소송 중이다. 지난 18일 손 회장 측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중징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징계 취소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양 측은 제재 근거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해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등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손 회장 측은 당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또 내부통제기준의 수준과 내용에 대해 금융감독기관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기준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 측은 해당 법령의 취지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구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맞섰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내부통제기준을 구축해도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작년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미국 호텔 문제로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호텔 15개를 58억달러(약 7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올해 5월 안방보험이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달 초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안방보험은 미래에셋 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미래에셋은 이에 대해 미 법원에 반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