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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하는 금융지주...자본확충 '전쟁'

코로나19·M&A 대비, 증자·채권발행 등 가능수단 '총동원'
자본확충 규모 작년 실적 넘어서...주가하락·이자부담은 '고민'

 

[FETV=유길연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후순위채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에 따른 국제결재은행(BIS)자기자본비율 개선과 향후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확보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급증은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유상증자는 주가하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진행한 자본확충 규모는 5조424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금액(3조7278억원)을 이미 약 1조7000억원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의 자본확충 액수는 작년보다 더 많다. 4대 금융지주는 유상증자와 함께 신용자증권,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자본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자본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규모 대비 약 1조원 많은 2조5289억원의 자본을 늘렸다. 신한금융은 작년에도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을 이유로 자본 규모 확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상대로 전환우선주를 총 7500억원 규모로 발행해 금융권의 주목을 끌었다. 

 

신한금융의 자본확충은 올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1월 오렌지라이프 주식교환을 통해 잔여지분 인수하면서 823만2906주의 보통주를 발행했다. 이에 3277억원의 자기자본이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5930억원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또 이달에는 신종자본증권으로 4500억원을 조달하기로 확정했다. 신한금융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7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총 규모는 1조1582억원이다.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전쟁을 한창 벌이고 있는 KB금융도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작년 한 해 규모(3991억원)의 3배에 달하는 약 1조2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KB금융은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결정하면서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을 늘렸다.   

 

하나금융도 약 1조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작년 자본확충 규모(2643억원)의 세배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작년 대비 약 1조원 적은 6982억원의 자기자본을 신종자본증권으로 늘렸다. 다만 우리금융이 작년 지주사로 출범하면서 우리카드 자회사 편입을 위해 발행한 5200억원을규모의 신주를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자본확충 규모가 작년 수준가 맞먹는다는 평가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최대 계열사인 은행이 역대급 대출을 기록하면서 BIS자기자본비율 관리 및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국내 은행은 올해 8월말까지 기업대출을 92조원(잔액기준)을 늘리면서 작년 한해 대출증가규모(44조9000억원)를 이미 배 이상 넘긴 상황이다. 가계 대출도 8월 말까지 약 60조원이 불어나면서 작년 한 해 증가치(60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BIS비율은 작년 말 대비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6월 말 BIS총자본비율은 작년 말에 비해 각각 0.8%포인트(p), 0.35%p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둔 덕분에 0.13%p 소폭 개선됐다. 우리금융은 0.9%p 상승으로 비교적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지만 이는 그룹 자산 위험도 평가가 표준등급법에서 일부 내부등급법으로 전환된 결과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금융지주들이 M&A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것을 대비한 움직임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라이나생명, 악사(AXA)손해보험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유력 인수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우리금융과 함께 최근 하나금융도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악사손보는 손보사가 아직 없는 신한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자본확충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부담요인이다. 특히 올해 금융지주들이 크게 늘린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회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2%p 이상 높다. 신한금융이 상반기 지불한 이자비용은 4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늘어난 63억원의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204억원의 이자를 지불하면서 작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비용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나금융은 188억원으로 작년 대비 20% 줄었으나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의 절반 정도가 하반기에 이뤄진 만큼 이자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주사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주리 예금보험공사 연구원은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금융지주사의 수익은 자회사의 경영실적 및 재무상태에 따라 유동적인 반면 지주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라며 "따라서 자회사의 배당여력이 축소되면 지주사는 순현금흐름 부족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유상증자의 경우 주가하락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한다.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식 가치는 희석돼 기존 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올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신한금융은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사상 최초로 중간배당을 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금융지주들이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