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KB금융그룹의 13번째 자회사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의 인수합병(M&A)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보수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해 '염가매수차익'을 통한 순익 증가 효과를 최소할 계획이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생명보험사들의 부채 지표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염가매수차익은 인수 대상 기업의 공정가치로 평가한 순자산 가치보다 지분인수 가격이 적을 때 발생하는 차액으로, 자회사 편입 시 모기업의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일각에서는 자회사 편입 효과 극대화를 위해 1회성 염가매수차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이로써 KB금융은 숙원인 보험 부문 강화를 이뤘다. 또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순익을 그룹 전체 순익에 포함시키는 것과 함께 염가매수차익을 통한 1회성 이익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금융사를 금융사는 보통 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PBR)가 낮기 때문에 인수 시 염가매수차익이 난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최종 인수가액으로 2조2995억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푸르덴셜생명 전체 지분 인수에 대한 기초매매대금으로 2조265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수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거래종결일까지의 이자로서 합의한 대금과 거래종결일까지 사외유출액 등을 고려해 340억원이 더해졌다. 염가매수차익은 향후 KB금융의 실사 후 파악된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 가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자본)은 2조9760억원이다.

업계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의 보험부채를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오는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FRS17의 핵심 내용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다. 금리 하락 기조에서는 시가 평가시 보험사들의 부채가 대폭 늘어난다. 보험부채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도 커진다.
KB금융이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부채 규모를 현재 규모보다 더 크게 평가하면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규모도 작아지고, 염가매수차익 규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그룹은 작년 오렌지라이프 인수 시 염가매수차익을 거둘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영업권을 인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의 보험부채를 선제로 시가평가해 미래를 대비했다고 평가했다. '영업권'은 염가매수차익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한 인수가가 해당 기업의 순자산가치보다 높을 때 그 차이만큼을 무형자산으로 재무상태표에 반영한다. 따라서 염가매수차익과 달리 자회사 편입 당시 모기업의 순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자산 평가를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창권 KB금융 전략총괄 부사장(CSO)은 지난 5월 KB금융 1분기 실적발표에서 "푸르덴셜생명 예비실사 과정에서 염가매수차익이 일부 발생했으나 딜 클로징 시점에 회계법인을 통해 재평가해 반영하게 되는데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손익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인수 효과를 키우기 위해 염가매수차익을 늘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6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0억원)에 비해 무려 43%(446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생보사 전체 순익 감소율(-2.6%)을 고려했을 때 충격은 더 크다. 푸르덴셜생명의 실적부진은 보험사의 영업능력을 의미하는 보험료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푸르덴셜생명의 보험료수익은 6871억원으로 작년 동기(7990억원)에 비해 14% 줄었다. 여기에 유가증권 관련 이익도 크게 부진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작년 상반기 매도가능증권과 관련해 73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운영자산이익률도 같은 기간 0.37%포인트(p) 하락한 3.47%였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이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의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카드다. 푸르덴셜생명의 염가매수차익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실적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의 실적이 악화돼 당초 전망보다 자회사 편입 효과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과 KB금융과의 순익 차이는 942억원이다.
전문가들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금융이 올해 약 2000~3000억원의 순익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8~9월의 푸르덴셜생명 이익과 부(-)의 취득한 사업의 현재가치(VOBA)의 상각이익, 염가매수차익 등 총 세전 2000~3000억원 내외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