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올해 네 차례에 걸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규모다.
기업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쓰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올 연말까지 추가적인 유증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가관리'는 적지 않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48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새로 발행될 주식은 6219만2786주이며 주당 발행가액은 7791원이다. 모든 신주는 정부에 배정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유증 결정에 대해 “자본 확충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늘리고 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증은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지난 3월 이후 네 번째다. 4회 증자 총 규모는 1조2688억원에 달한다. 올 3월 2640억 규모의 신주를 발행을 시작으로 4월(4125억원), 6월(1078억원) 잇따라 증자를 실시했다.
특히 올해 기업은행 유증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6개월 간 실시한 증자규모(1조30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2008년 12월 보통주, 우선주를 합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후 2009년 1월에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600억원, 1400억원의 유증을 결정했다. 같은 해 5월에는 3000억원의 유증을 추가로 실시했다.
![기업은행 유상증자 추이(2008년 12월~2020년 7월, 단위:억원) [자료=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30/art_15952976240541_0fbc2f.png)
기업은행은 최근 코로나19 충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특별지원대출’을 7조원 넘게 공급하면서 대출 한도를 은행권에서 가장 일찍 채웠다.
대출을 크게 늘린 만큼 기업은행은 자본적정성 관리가 특히 중요해졌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크게 늘리면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한다. 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6대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BIS비율은 14.28%로 6대 은행 중 가장 높은 하나은행(15.62%)에 비해 1.3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상증자로 개선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비율은 10.28%로 10%를 겨우 넘기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13.56%)에 비해 3%포인트 넘게 낮은 수치다. 기업은행은 바젤Ⅲ 시행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이 도입된 지난 2013년부터 10% 아래의 보통주자본비율을 기록할 정도로 자본의 질이 좋지 못한 편이었다. 이후 보통주자본비율 상승을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 2017년 말 10.03%로 끌어올려 10%대를 유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은행의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역할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향후 증자 이슈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공공성 강화에 따른 ‘주주가치 하락'은 기업은행의 고민거리다. 올해 들어 기업은행의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만 해도 1만2500원까지 오르는 등 기업은행의 주가는 1만1000원~1만200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윤 행장이 지휘봉을 잡은 올 1월에는 1만1000원 선이 붕괴되더니 지난 3월 18일에는 651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에 성공했으며 8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의 주가가 코로나 사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내재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것은 맞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이고 정책금융 수행에 따른 희석효과 최소화, 주주와의 소통강화 등의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