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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설] 저금리에도 은행 ‘이자불패’는 계속된다

저원가성 예금 급증·역대급 대출 이자이익 증가

 

[FETV=유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 경제는 사상 최초로 ‘제로(0)금리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올해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풀린 돈이 정기예금에서 사실상 금리가 0%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은행들이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을 관리하기가 더욱 용이해졌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역대급 대출 증가도 이자이익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수시입출식(요구불예금 포함) 예금의 잔액은 791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32조8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조3000억원)에 비해 약 10조원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은행권의 수시입출식 예금은 크게 불어났다. 지난 5월에도 29조9000억원이 늘어나면서 작년 동월 증가규모(3000억원) 대비 급증했다. 이에 올 2분기 수시입출식 예금은 63조7000억 늘어나면서 작년 전체 증가액(65조9000억원)에 근접했다.  반면 2분기 동안 정기 예‧적금 잔액은 14조 3000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은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 상품으로 저원가성 예금으로 불린다. 은행에서는 '핵심성 예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제로금리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가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기존 예‧적금 13개의 판매를 접었다. 판매가 중단된 상품은 연금리가 2%중반에서 3%대 중‧후반을 제공하고 있었다. 은행들은 0%대 상품이 쏟아지는 현 상황을 감안해 '역마진' 우려가 있는 상품을 없애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의 유동성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몰렸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지방정부 자금인출, 은행의 예금유치 유인 약화, 예금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라고 진단했다.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자 은행들도 NIM을 방어하는데 더욱 용이해졌다. 은행들이 이자자산에 대한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금금리 부담이 줄어들면서 저금리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은행은 저원가성 예금을 경쟁 은행들에 비해 크게 늘리면서 NIM을 가장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NIM은 1.67%로 1년 전(1.71%)에 비해 0.0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하락폭이다. 작년 국민은행의 작년 저원가성 예금은 1년 전에 비해 11조7000억원을 늘렸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저금리에 대비해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는데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불리한 사업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올 2분기 은행의 예금과 대출의 평균금리의 격차도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25%p 추가 인하된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75%로 오히려 한 달 전에 비해 0.15%p 올랐다. 지난 4월에는 0.04%p 하락했지만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잔액 기준으로는 0.02%p 하락하면서 4월(0.04%p) 대비 하락폭이 줄었다. 5월 보다 저원가성 예금이 더 많이 늘어난 6월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2분기 NIM 하락폭이 0.03%p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은행 NIM은 평균 약 0.03%p 하락하겠지만 3월 중 기준금리가 0.50%p 인하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는 하락 폭이 적은 나름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대출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은행들의 2분기 이자이익 성장 가능성을 높게 하는 이유다. 은행들은 코로나 19 사태 피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2분기 역대급 기업대출 기록을 작성했다. 2분기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규모는 45조4000억원으로 작년 한 해 증가액(44조9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의 이자이익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17년, 2018년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3조원씩 늘었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3000억원 늘었다. 올 1분기도 1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사모펀드 사태와 대손충당금은 전체 은행 실적에 있어선 부담요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환매 연기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은행이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돌려줄 것을 권고했다. 이에 라임 펀드 뿐 만 아니라 문제가 된 다른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손실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늘어난 대출로 인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순익은 그만큼 줄게 된다. 에프앤가이드는 2분기 은행의 순익은 약 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