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국민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이에 따라 후순위채 발행·지분 처분 등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500억원 규모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의 목적은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 제고를 위한 것이다. 발행한도는 5000억원으로 설정됐다. 추후 수요 예측에 따라 최종 발행 규모와 금리가 결정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후순위채 발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에 45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권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 최초로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응찰이 몰려 당초 계획에 비해 발행 규모를 1000억원 늘렸다.
국민은행은 당초 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외화 후순위채를 올해 2분기까지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에서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채권 발행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일정을 연기했다. 금융시장 불안정성 증대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자 조건부자본증권, 후순위채 같은 투자수요가 감소했다. 특히 한국물의 발행 가산금리(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자 발행을 미뤘다. 해외시장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지자 국내로 눈을 돌려 BIS비율 향상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에는 SK㈜의 보유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업계는 BIS비율이 약 0.10%포인트 이상 자본비율이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지분 처리로 인해 BIS비율 관리도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그간 국민은행이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상장된 주식은 주가 하락에 따라 평가손실이 커지는 등 자본규모 관리가 어려웠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동안 국민은행은 주가 급락으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지분상품 이익’은 지난해 말에 비해 2117억원 줄었다. 또 주식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것도 문제다.
올 하반기부터 조기 시행되는 바젤Ⅲ 최종안 일부 조항으로 주식은 위험가중치 250%를 적용받아 기존 300% 보다 낮아졌지만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에 상장된 지분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자본비율 관리에 유리하다.
![4대 시중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29/art_15947833177514_b1d899.png)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증대 등으로 BIS비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BIS총자본비율 15.01%로 0.8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37%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각각 0.49%포인트, 0.63%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크게 늘렸다. 3월 말 기준 중소기업·소상공인대출 잔액은 10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3조3000억원)에 비해 3.0%(3조1000억원) 늘었다.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낮은 하나은행에 비해 2배 높은 수치다.
올 2분기에도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급증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충격 이후 국내 은행들은 역대급 중소기업 대출을 시행했다. 2분기 동안 전체 은행의 중소기업·소상고인 대출 증가 규모는 3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의 73%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이러한 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BIS 비율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 등 BIS비율 관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자본적정성 관리에 만전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