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 어렵게 취임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임기 반년이 넘은 현재까지 단 한주의 '자사주'도 보유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대표적인 '책임경영' 의지인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윤 행장의 모습은 여러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윤 행장은 올해 초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됐다. 10년 만에 다시 관료출신 행장이 임명된 것이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조직 내부 사정을 모르는 인물이 정부의 입김으로 행장 자리에 올랐다며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윤 행장의 첫 출근길부터 가로 막는 등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에 윤 행장은 외부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해야했다.
윤 행장은 갈등 끝에 금융권 최장 출근저지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임기 27일 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이 후 노조와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지만 지난 3월에는 노조가 주 52시간 위반을 이유로 윤 행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다시 내부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현재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 임원들은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조직 2인자인 김성태 전무이사는 지난 3월 24일 인사 발령 후 199주를 사들였다. 이 외에도 부행장들은 180~205주 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EO의 자사주 매입은 임직원들과 의미가 다르다고 얘기한다. 회사 안밖에 보내는 신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끄는 기업의 주식을 직접 사들여 '주가 부양' 의지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CEO와 오너들이 회사 주가가 부진할 때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다.
윤 행장이 취임 이후 기업은행의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 10일 기업은행의 주가(종가)는 7870원으로 작년 12월 첫 거래일인 2일(1만1850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작년 12월만 해도 1만2500원까지 오르는 등 기업은행의 주가는 1만1000원~1만200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윤 행장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1월에는 1만1000원 선이 붕괴되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지난 3월 18일에는 651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최근 8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은행 주가 추이(2019년 12월 2일~2020년 7월 10일) [자료=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729/art_1594618003684_3c62c9.png)
기업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도(PBR) 지난 10일 기준 0.24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금융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0.28), 하나금융지주(0.28)에 비해서도 낮다. 금융주 가운데 가장 저평가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은행이 최근 역대급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올해 연이은 증자는 기업은행이 올 한해 경영 방침이 ‘수익성’ 보다는 ‘공공성’에 무게를 둔다는 사인으로 해석돼 주가가 더욱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올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코로나 특별지원대출’ 한도를 은행권에서 가장 일찍 채우면서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이러한 공적 역할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여전하고, 추경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시 국책은행 역할론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향후 기업은행의 추가 증자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소유한 지분인 53.2%(3월 말 기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일반 투자자들의 몫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책은행의 수장인 기업은행장은 공직자 윤리법 제14조의 4 1항에 따라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이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해야 한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 비해 자사주를 많이 가질 수 없다. 윤 행장의 전임자인 김도진 전 행장도 1625주를 갖는 것에 그쳤다. 반면 작년 지주사 회장직에 오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말 기준 5만5296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윤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 속 취임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자사주를 한도 내에서 소량이라도 매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부양 의지를 표명하는 것과 동시에 조직의 일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선주, 김도진 등 기업은행 출신 행장들은 재임기간 자사주를 보유했다. 특히 김 전 행장은 임기 중에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부양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 전 행장은 지난 2017년 6월 13일 140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공직자 윤리법을 우선 따른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의 주가가 코로나 사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내재가치에 비해 매우 저평가된 것은 맞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이고 정책금융 수행에 따른 희석효과 최소화, 주주와의 소통강화 등의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