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IB전문가’ 권광석 우리은행장, 존재감 드러낸다

증권운용부 6년 만에 부활...1분기 유가증권 이익 시중은행 중 '꼴지'
투자 ·운용 요직 섭렵한 전문가..."수익성 강화로 저금리 파고 넘자"

 

[FETV=유길연 기자] 조직 안정화에 성공한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최근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위한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증권운용부'의 6년 만의 부활이다. 자본시장에서 굵직한 경력을 남긴 권 행장이 유가증권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려 은행의 수익성 악화라는 ‘난제’ 해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산관리(WM) 강화와 디지털전환·신사업 육성 등에 촛점을 맞춘 하반기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 특히 신사업 기반 마련을 위해 '증권운용부'를 신설하고 최준연 부장을 책임자로 발령했다. 우리은행 증권운용부는 지난 2014년 12월 트레이딩부 내 팀으로 통합된 바 있다.

 

우리은행이 증권운용부를 6년 만에 다시 만든 이유는 최근 저금리 기조의 심화로 예대마진에 기반한 전통적인 사업 구조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증권운용부를 통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권 매매·평가이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권운용부의 부활은 투자·운용 부문에서 굵직한 경력을 남긴 권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맨’의 길을 걸은 권 행장은 지난 2017년 2월 우리은행 IB(투자은행)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사모펀드 운용사인 우리프라이빗에커티(PE) 지휘봉을 잡았다. 2018년 2월에는 5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에 올랐다. 이 자리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CIO)에 해당한다. 권 행장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족적은 자본시장에서 그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금리·통화스와프 거래와 주식 파생상품 강자의 자리를 유지했지만 채권 운용 부문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식·채권 운용을 담당했던 증권운용부가 사라진 영향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은행의 유가증권 이익은 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7억원)에 비해 93%(520억원) 급감했다. 이에 유가증권 이익 부문에서 6대 은행 최하위로 밀려났다. 반면 주요 은행들은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1분기 동안 유가증권 이익이 늘었다. 특히 하나은행은 작년 1분기에 비해 53% 늘었다. 

 

 

우리은행이 타 은행들에 비해 유가증권 실적에서 부진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기매매증권의 매매·평가손익, 배당수익을 나타내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손익’에서 우리은행은 올해 7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주요 은행들도 단기매매증권의 실적이 부진했지만 우리은행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는 우리은행이 단기매매증권으로 안전자산에 속하는 통안증권, 국채, 지방채를 편입시키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올 1분기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투자심리 저하로 주식시장 폭락을 거듭했고 기업이 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금리는 폭등했다. 반면 국채, 지방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늘었다. 이에 회사채, 주식, 펀드 등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단기매매증권 가운데 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일하게 0%다. 우리은행의 단기매매증권은 주식, 펀드(수익증권), 외화증권 등으로 채워졌다. 통안증권, 국채, 지방채는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히는 매도가능증권이나 평가손익에 반영되지 않는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우리은행의 단기매매증권의 매매·평가손익은 19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도 낮은 안전자산 비중(8%)의 영향으로 36억원의 매매·평가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나머지 은행은 안전자산이 18%~24%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순이익을 거뒀다. 

 

증권운용부의 신설로 우리은행의 유가증권 부문은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실적 증대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권 행장은 지난 2월부터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그가 1분기 동안 경영 전반을 이끈 것은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하반기부터 유가증권 부분에서 그의 '실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권 행장은 단기간 동안 자본시장에서 뛰어난 경력을 남겼다”며 “유가증권 부문을 신사업 구상에서 먼저 지목한 것도 그만큼 권 행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