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남주 기자] 총사업비 7조원에 달하는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건설사간 과열 홍보전에 이어 조합원 갈등으로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 교체 및 시공사 선정 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민원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합원은 비대위가 일부 건설사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조합원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조합원간 갈등으로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산될 경우 다수의 조합원들이 사업지연에 따른 재산상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 및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 등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합 집행부 교체 및 시공사 선정 총회 연기를 주장하는 ‘희망본부’라는 이름의 한남3구역 비상대책위원회가 특정 건설사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조합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대위와 특정 건설사간 유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비대위가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뒤 이를 우편과 문자 등을 통해 발송하고, 비대위의 주장이 일부 언론에 노출되는가 하면 용산에 사무실까지 얻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이어 “비대위 운영 및 활동내용이 조직적이고 전문적이어서 배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문제는 비대위의 유착 의혹을 넘어 비대위의 활동에 대응해야 하는 조합측의 비용이다. 조합 한 관계자는 “그동안 비대위의 고소·고발 때마다 조합은 조합원에게 소명하기 위해 발송한 문자와 우편물 비용만 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한남3구역 비대위는 시공자 선정 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차 조직적인 행동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이 16일 조합원 카페를 통해 총회 장소가 코엑스로 변경됐다는 내용을 공지한지 하루만이다. 당초 한남3구역 조합은 효창운동장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대관이 취소된 상태다. 이에 따라 조합은 급하게 지난달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이 총회를 진행했던 삼성동 코엑스로 총회 장소를 변경했다.

총회 장소 변경 사실이 알려진 뒤 총회 장소로 예정된 코엑스와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 등 관련 기관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대관 취소 및 행사 자제 권고를 요청 전화가 빗발쳤다. 일부 조합원은 행사 자제 요청한 전화중 일부는 ‘희망본부’로 불리는 한남3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희망본부’는 지난 4일 열린 1차 합동홍보설명회와 관련, 구청, 보건소,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게 일부 조합원의 주장이다.

앞서 희망본부는 조합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합장 해임 및 특정 건설사 입찰 무효를 주장한 바 있다. 희망본부 측은 견본주택 설치, 사업조건 언론사 유포, 마스크 배포 등 불법 홍보를 이유로 특정 건설사의 입찰무효 및 자격 박탈, 입찰보증금 몰수를 위한 긴급 대의원회 소집을 요청했었다.

비대위의 주장대로 사흘 앞으로 다가온 총회가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의 재산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재개발 단지에서 조합 집행부의 잘못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건설사 사주를 받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비대위가 있을 경우 오히려 재개발 사업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조합원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재산 손실은 고스란히 선량한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남3구역 비대위 활동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한남3구역 조합원 카페에는 “비대위의 조직적인 사업 방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조합이 비대위의 과장된 주장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 선량한 조합원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양한 글이 올라왔다. 총사업비 7조원 규모인 한남3구역은 서울 중심부인 한강을 끼고 있는 대규모 재개발 단지로 관심을 모으는 노른자위 단지다. 이곳은 재개발 뒤 197개 단지에 5916세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한남3구역 조합은 오는 2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