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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윤종원 기업은행장 ‘바른경영’ 가속패달 밟는다

업계 최초 '환매 중단'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과 면담

 

[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은행권 최초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투자자들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취임부터 중시하던 윤 행장의 ‘바른경영’ 방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디스커버리 사모펀드 투자자 대표단과 오는 8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만남은 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윤 행장은 “그동안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투자상품 전행 대응 테스크포스(TFT)’를 운영해 왔지만 이달 중 열리는 이사회 이전에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면담 요청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상품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윤 행장이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해외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로 홍역을 치뤘다. 이때 마다 은행장들은 고객 중심을 외쳤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우는 없었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소위 ‘장하성 동생 펀드’라고 불리는 디스커버리 펀드(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약 6792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해당 펀드는 미국 운용사 DLI가 운용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총 914억원이 환매 지연됐다. 이에 손실을 입게 된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면서 기업은행에 피해 보상과 함께 윤 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난 시점부터 신속하게 대응했다. 윤 행장은 이번 문제가 발생하자 김성태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가 이끄는 TF를 꾸려 현황 파악 및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또 취임 100일 서면 간담회에서 “운용사를 수시로 방문해 지급유예 상황, 피해 소지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진행 상황을 직접 수시로 안내하고 협의 드리고 있다”며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행장은 취임 초부터 임기 중 핵심 경영 방침 가운데 하나로 ‘바른경영’을 내세웠다. 그는 올해 초 취임식에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혁신기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 상반기 인사에서 역대 최대규모로 여성인력을 승진시키고, 주요부서에 우수한 여성관리자 배치도 최대수준으로 확대한 것도 바른경영의 일환이다. 

 

이에 윤 행장은 은행장 직속의 바른경영실을 신설하고 금융사기대응팀 신설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바른경영실 신설을 두고 ‘옥상옥’ 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바른경영은 준법경영, 책임경영, 윤리경영, 포용경영을 아우르는 전략이다”며 “이를 통해 은행의 경영리스크를 줄이고 고객 신뢰를 확보하며 국가경제에 기여하자는 것”이라며 바른경영실의 운영 의지를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윤 행장과 투자자들의 만남으로 당장 구체적인 안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 대형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은행의 금전적 보상 뿐 만 아니라 은행이 얼마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는가라는 ‘감정적 측면’을 기대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한 바른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 등 사태를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다”라며 “하지만 윤 행장이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는 것은 앞으로 은행 최고경영자들이 금융투자상품 문제 대응에 있어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