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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길은 간다" 우리금융, M&A 속도 조절

아주캐피탈, 증권사 등 인수 연기
"코로나피해 지원이 우선"...내부등급법 승인에 집중

 

[FETV=유길연 기자] 올해 비(非)은행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었던 우리금융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무리한 사업 확장 보다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웰투시인베스트와 사모펀드에 대한 인수금융 재조달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4일에 돌아오는 펀드의 존속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 위해서다. 웰투시인베스트는 지난 2017년 6월 이 사모펀드를 통해 아주캐피탈 지분 74%를 인수했다. 이 때 우리은행은 이 펀드의 지분 49%를 약 1000억원에 인수했으며, 나머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만기 연장으로 우리금융의 아주캐피탈 인수 계획이 미뤄지게 됐다. 당초 우리금융은 올해 이 펀드의 만기에 맞춰 펀드 잔여 지분을 사들여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우리금융은 금융사 가운데 증권사 인수를 M&A 1순위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지주가 은행의 이자이익에 의존해서는 저금리 시대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된 지적이다. 증권사는 비이자이익 확대의 핵심적인 계열사다. 현재 증권사를 소유하지 않은 주요 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3년까지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계열사로 갖고 있었다. 특히 작년 증권사들이 투자금융(IB)을 핵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 사이 다른 금융그룹들은 최근 은행과 대형증권사의 협업으로 기업투자금융(CIB)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우리금융은 은행과 우리종합금융이 협업하는 CIB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대형증권사가 있다면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 적극 추진할 것이다”라며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금융의 M&A 계획이 잠정 보류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그룹들에 외형확장은 지양하고 코로나19 피해 지원 프로그램들에 집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악화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금융그룹들은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초저금리 대출 시행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서 BIS비율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금융은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변경 승인도 받지 못해 M&A를 위한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작년에 지주사로 재출범했다. 금융당국은 지주사 전환 첫해는 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으로 변경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권은 내부등급법으로 변경하면 우리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2%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M&A를 위한 여력도 늘어난다. 

 

반면 경쟁사들은 올 1분기 잇달아 M&A에 성공했다. 지난 2월에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손보업계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또 KB금융지주는 4월에 사모펀드를 따돌리고 ‘알짜 생명보험사’로 평가되는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으면서 그룹 숙원 사업인 생보사 강화를 이뤘다.   
 
경쟁사들이 M&A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우리금융은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로 실적 타격을 입은 증권사들 중 일부가 매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또 우리금융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하면서 고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소상공인에게 1.5% 초저금리로 제공하는 2차보전대출 실적을 지난달 28일 기준 4489억원 달성하면서 일찌감치 금융당국이 권고한 한도를 모두 채웠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 실적을 달성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특히 우리금융은 코로나19 피해 지원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