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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타다”...DB, KB 대리운전보험 주도권 굳히나

대리운전자 고용보험 적용 등 손해율 개선 기대감 커져

 

[FETV=권지현 기자]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이 대리운전보험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들어간다.

 

국내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정확한 규모가 집계되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 2015년 한국대리운전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라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3조원, 대리운전 이용자 수는 40만명, 기사 숫자는 20만명으로 추정한다. 시장규모에 비해 법의 보호는 미약하다. 한마디로 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상시적 고용불안, 금융신용문제, 사회안전망 제외 등의 사회적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리운전시장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대형 플랫폼 업체인타다가 시장진출을 선언했고, 운전자의 고용보험 적용 등 법적 보호를 위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리운전보험은 대리운전 업체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대리운전자가 대리운전 중 사고를 냈을 때 대인, 대물, 자기차량, 자기신체 사고 등에 대해 보상해준다. 현재 대리운전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라는 특성 때문에 한해 평균 1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직접 부담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와 KB손보는 대리운전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타다를 대상으로 대리운전보험 상품 판매를 위한 요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요율’은 보험료를 결정하는 지표를 의미한다. 타다가 두 회사와 요율을 협의하는 이유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보험 상품 가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앞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 2016년 DB손보, KB손보의 대리운전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타다는 최근 핵심 사업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었다. 타다 베이직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시간 호출 서비스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베이직 서비스가 불법이 돼 사업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타다 드라이버의 약 70~80%에 이르는 1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새로운 사업 추진은 이들을 흡수하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DB손보와 KB손보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타다와도 손잡을 경우 대리운전보험 시장에서 이들 ‘2강 구도’가 굳혀지게 된다.

 

KB손보 관계자는 “타다로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로 요율 문의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요율 문의를 받은 것은 없으며, 타다와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타다 관계자는 “모빌리티와 연관된 여러 신사업 중 하나로 대리운전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두 보험사와 요율에 대해 논의한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가시화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리운전보험은 DB손보, KB손보 외에도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다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리운전사업을 진행 예정이거나 이미 진행 중인 기업들이 유독 DB손보, KB손보 양사와 손잡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높은 손해율’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즉 이 두 손보사 외 다른 곳은 대리운전보험 상품의 높은 손해율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라이더들과 마찬가지로 대리운전기사들도 최근 그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법규 준수여부에 따른 운영 질서 등은 아직 사회적 논의가 미흡한 상황”이라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다른 보험 상품에 비해 손해율이 높은 대리운전보험을 적극적으로 안고 갈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리운전시장의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차원에서 대리운전기사가 포함된 특고직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밝힌 ‘전국민 고용보험시대’ 선언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정부의 정책 동향을 감안하면 향후 고용보험 외 다른 사회보험으로의 단계적인 확대 추진도 예상된다. 특고직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으로 인해 대리운전기사들의 '신분 보장’이 좀 더 확실해지면 무리한 주행, 과도함 수임 등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교통사고의 감소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손해율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결국 사업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대리운전기사들이 사회보험 가입 등을 통해 이전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손해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대리운전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대리운전보험, 라이더보험 등이 정부차원에서 질서가 갖춰지고 사회적으로 안정된다면 각사의 전략에 따라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리운전보험 시장에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보험 전문가는 "대리운전기사들의 사회보험 가입과 이에 따른 손해율 감소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