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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M&A서 사모펀드가 아닌 금융지주를 쳐다보는 까닭은...

'큰손' 참여로 흥행효과 큰데다 고용보장도 매력

 

[FETV=유길연 기자] 최근 KDB생명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설이 흘러나오는 등 금융사 인수합병(M&A)에 금융지주의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큰손’ 참여에 따른 흥행효과와 사모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보장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KDB생명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달리 KDB생명 인수에 대한 어떠한 검토나 계획도 없다”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JC파트너스로부터 KDB생명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펀드 관련 투자제안서를 받고 투자 여부를 검토 중이란 소식이 흘러나왔다. 사실상 KDB생명의 유일한 인수 후보인 JC파트너스는 주요 연기금 등 출자자(LP) 후보군에 제안서를 발송하는 등 펀드 조성을 위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이 펀드 투자로 KDB생명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우리은행은 앞서 MG손해보험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JC파트너스와의 인연으로 인해 KDB인수설이 더 힘을 받는 분위기였다. 우리은행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200억원을 출자하고 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우리은행을 통해 리파이낸싱했다. 

 

매각 대상인 금융사와 해당 금융사의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큰손’인 금융지주가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만큼 ‘흥행효과’도 커진다. 자금 동원 능력이 큰 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하면 그만큼 후보자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돼 매각가는 올라간다.   

 

이같은 매각 당사자의 ‘이익 계산’과 함께 '고용보장'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도 금융사 인수전에 금융지주가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다. 

 

사모펀드가 금융사 인수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인수한 기업을 비싼 가격에 다시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사모펀드는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순위다. 기업을 비싼가격에 되팔기 위해서는 수익성·건전성 지표 등을 단기간에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인력 감축이다. 노동자의 이익은 사모펀드의 고려사항에서 후순위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은행과 달리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사모펀드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은행법 제16조2를 통해 비금융주력자의 주식 소유를 4% 이내로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계약자자산의 보호가 더욱 필요한 보험업법의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

 

실제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는 지난 2013년 12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임원 절반이 해임됐고 70∼80명에 이르렀던 부서장급 인원도 대폭 줄었다. 평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를 코스피에 상장해 주식 40%를 매각하는 대가로 1조1000억원을 챙겼고, 2018년에는 남은 지분을 신한금융지주에 팔면서 2조3000억원을 받았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1조 8400억원을 쓴 것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지분매각으로 1조5600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KB금융그룹이 승리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시민단체들이 사모펀드의 인수를 반대했던 이유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소비자와함께,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사모펀드보험사인수반대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먹튀’ 행위 우려 등을 이유로 성명서를 내고 사모펀드 인수를 반대했다. 

 

반면 금융지주는 그룹 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인수한 기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내 그룹 전체 실적 증대를 이뤄내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에 사모펀드와 다르게 금융지주는 주주, 노동자, 소비자, 경영진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가 인수 후 노조의 반발을 무릎 쓴 무리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낮다. 여기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용 안정이 상대적으로 더 보장될 수 있는 이유다.     

 

KB금융이 푸르덴셜 생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고용보장에 있었다. 지난달 본입찰에서 KB금융에 비해 1000억원 가량 많은 액수를 써낸 사모펀드도 있었다. 하지만 KB금융이 경쟁 사모펀드와 달리 인수 후에도 안정적인 경영 및 고용 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푸르덴셜생명의 옛 대주주인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한해 2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M&A 판이 커지기 때문에 인수 대상 기업과 최대주주는 여러모로 이익이다”라며 “또 금융지주는 차익 실현보다 사업 자체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금융지주가 기업을 인수하길 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