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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떨어진 금리'금융그룹 실적 '증권사'에 달렸다

시장 안정화에 실적 반등 기대...비이자이익 확보가 열쇠

 

[FETV=유길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인하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의 이자이익 증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그룹들이 실적 선방을 위해서는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순익이 크게 줄었던 증권사들의 실적 반등을 통해 그룹 전체의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이는 두 달 만에 이뤄진 추가 금리인하 결정이다. 한은은 지난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코로나19 충격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사상 최초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내리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은 실적 증대에 있어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금리 하락으로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 지표(NIM)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부터 주요 은행들은 저금리로 NIM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4대 시중은행의 NIM의 단술산술 평균치는 1.44%로 작년 4분기 말(1.46%)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1분기에 은행들의 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은 소폭 늘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더 하락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자이익이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시중은행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총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자산에서 얻은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까이 될 정도로 절대적이다. 올해 은행들의 전체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는 이유다. 

 

그나마 카드사는 형편이 좀 나은 편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카드론, 장기할부 등의 사업 확장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대로 카드 수수료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금리는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하는데 드는 이자비용 부담을 덜게 하는 요인이다. 카드사는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카드 부문의 이자이익은 은행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은행 이자이익 감소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은 4492억원으로 신한은행(1조4782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3대 카드사 가운데 하나인 국민카드의 이자이익 규모도 국민은행의 5분의 1수준에 그친다. 

 

결국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 한해 실적에서 선방하기 위해서는 비이자부분에서 이익이 늘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비이자부문을 담당하는 한 축인 생명보험부문은 올 한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사들은 ‘이차역마진’ 부담이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차역마진은 보험 가입 고객에게 보장한 보험금 이자율보다 보험사 운용 수익률이 낮아 보는 생기는 손해다. 신한금융 생명보험 부문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순익은 올 1분기 각각 26%, 26.3% 줄었다. 올해 KB금융 실적에 포함될 푸르덴셜생명의 순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결국 비이자부문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힘을 내야한다는 평가다. 1분기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실적이 크게 줄었다. KB증권은 214억원 손손실을 겪으면서 적자 전환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순익도 각각 34%, 32% 감소했다. 미국·유럽의 주가지수가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헤지에 대한 추가증거금요구(마진콜)에 직면하면서 자기매매 손실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또 작년 증권사들의 역대급 실적을 가능하게 한 투자금융(IB) 이익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수의 딜이 지연되면서 감소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증권사들도 점차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미뤄졌던 IB 계약도 다시 재계된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SK바이오팜을 비롯해 바이오헬스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국내 증시 반등으로 유상증자 규모도 늘고 있다. 

 

또 한국 뿐 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일제히 실행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은 향후 IB·자기매매 등으로 수익구조를 바꾼 대형증권사들에게 이익이 될 전망이다. KB증권, 신한·하나금투도 자본 투자형 증권사로 변모한 상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이 넘쳐날 글로벌 시장에서 적절한 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이다”라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건 탄탄한 자본력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춘 자본 투자형 모델에 가까운 증권사뿐이다”라고 전망했다. 

 

저금리로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점도 증권사에 유리하다. 최근 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 부문에 투자할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강화는 부담 요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하락은 지난 3월 CP금리의 상승으로 자금 조달에 압박을 느꼈던 증권사들의 부담을 줄여줄 요인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