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업황 악화 속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부진한 실적을 올린 은행계 증권사과도 대조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투의 올 1분기 당기순익은 4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5억원)에 비해 25.2% 줄었다. 이러한 하나금투의 1분기 순익 규모는 주요 금융그룹 증권사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1위의 기록이다. 특히 하나금투의 순익 감소율은 신한금투에 비해 낮아 하나금투가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신한금투의 1분기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34.1%줄었다.
지난해 금융그룹의 효자 노릇을 했던 증권사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근심거리’가 되는 분위기에서 하나금투의 분전이 눈에 뛴다.
작년 기업공개(IPO)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투자금융(IB)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최대 실적을 거둔 NH투자증권은 1분기 322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작년 1분기에는 1711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금융그룹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실적을 거뒀지만 올 1분기에는 5분의 1을 밑도는 규모로 감소했다. KB증권은 작년 1분기 809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올 1분기는 214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에 KB금융그룹 전체 순익도 13.7%가 줄면서 1분기부터 ‘리딩금융’전쟁에서 신한금융그룹에 뒤쳐진 채로 시작하게 됐다.
결국 하나금투만 그룹 내 비은행부문 최대 계열사로서의 역할을 한 셈이다. 하나금투가 상대적으로 실적 하락이 비교적 적었던 이유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노출된 정도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국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장을 거듭하자 지난 3월 주가연계파생증권(ELS)을 자체 헤지 방식으로 발행한 대형 증권사들은 추가 증거금 납부요구(마진콜)에 직면했다. 이에 대형증권사들은 자체 헤지 운용 손실로 자기매매 부문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며 “증시 급락시 ELS 등 파생결합상품 자체헤지와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대형 증권사의 자본누적으로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PI자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체헤지 ELS 잔액은 약 1조80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반면 KB증권은 작년 9월 말 기준 약 3조원에 달했다. NH투자는 하나금투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신한금투는 약 1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작았다.
또 하나금투는 주식 투자 규모도 크지 않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투의 작년 말 기준 당기손익인식 주식 자산은 약 5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KB증권은 1조20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도 1조원대에 육박했다. 신한금투도 8000억원 가량을 보유했다.
안나영 한기평 연구원은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은 가장 먼저 위험자산인 주식의 가치 하락으로 나타나며, 지수하락폭을 볼 때 증권업권 전반에 상당 수준의 평가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금투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를 빗겨나간 것도 실적 하락 폭이 크지 않은데 한 몫 했다. 하나금투는 대형증권사 가운데 드물게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펀드를 개인과 법인고객 모두에게 전혀 판매하지 않았다. 반면 KB증권은 라임펀드 총수익스왑(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이 400억원이 발생했다. 신한금투도 라임펀드 TRS 규모가 2019년말 6000억원 수준이며, 판매잔고는 3248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1분기에도 손실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