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최근 국민·농협·기업은행이 해외 금융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제로금리’와 경쟁 격화로 국내 시장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세 은행은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 사업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 프라삭 지분 인수 ‘반전 준비 끝’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예금수취 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에 대한 매매대금 6억300만달러 지급을 완료했다. 이번 지번 인수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KB금융 계열사로 편입된다. 국민은행은 향후 잔여지분 30%를 추가 인수해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법인의 경쟁력은 타 은행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155억원으로 1위인 신한은행(2379억원)에 비해 15분의 1도 안되는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국민은행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국민은행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해 12월 프라삭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프라삭은 2018년 기준 캄보디아 MDI 가운데 대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으로 대상을 넓혀도 대출 3위인 우량기업이다. 현지 영업망도 180여개가 구축돼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프라삭 인수를 통해 캄보디아를 교두보로 동남아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캄보디아는 지난 2010년 산업화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후 연 7~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보통 연 10%대다. 특히 캄보디아 국민의 은행 이용률은 22%에 그치는 반면 스마트폰 가입개수는 인구수보다 많은 1890만개에 달해 디지털화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에 국민은행은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했다. 리브 KB 캄보디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 수는 작년 10월 8만7773명으로 2018년 12월에 비해 81%로 급증했다.
국민은행의 동남아 ‘광폭 행보’는 지난 9일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법인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것으로 이어졌다. 앞서 미얀마 중앙은행은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1차, 2차로 은행업을 개방했지만 국민은행은 인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국민은행은 핵심 역량인 주택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준비한 결과 이번 3차 개방에 현지법인 설립인가에 성공했다.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는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반면 아직 금융 인프라는 취약해 국내 은행들이 관심을 쏟는 지역이다. 중국-인도-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도 평가받는다. 또 최초 외국계은행 개방시점에는 외국계기업 대상 영업만 가능했으나 2018년 11월부터 현지기업 대상 영업이 허용돼 영업 범위가 확대됐다.
![2019년 6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 (단위:억원) [자료=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416/art_15870005272626_c05a97.png?iqs=0.7062475843989013)
●기업은행, 미얀마 법인 인가 성공 ‘중소기업금융 노하우 전수’
기업은행도 이달 9일 미얀마 금융당국의 현지 법인 인가를 받았다. 기업은행의 이번 성과도 미얀마 은행시장 개방 이후 6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기업은행이 미얀마에 현지 법인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한국기업들의 미얀마 진출 ‘러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00개 정도다. 여기에 최근 미얀마 양곤 인근에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공단’을 신규 조성 중이다. 기업은행의 미얀마 법인 설립으로 향후 한국기업들은 금융장벽 없이 현지 진출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은행은 미얀마 내 한국기업 외에도 현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59년 동안 쌓아온 정책금융 및 중기금융 노하우를 현지 금융기관, 정부기관과 공유해 양국 경제협력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해외법인 이익은 6대 은행 가운데 5위다. 기업은행은 해외 진출해있는 국내 기업 지원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실적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도 해외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 수익 다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금융 분야 경쟁력을 글로벌한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유수의 해외은행, 국제기구와도 협력하여 중소기업금융 관련 기업은행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해외 네트워크의 기반을 넓히는 기회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글로벌 전문가 손병환 행장 취임...올해 ‘반전의 해’
농협은행은 대형은행 가운데 해외 진출이 가장 더디다. 해외 법인 순익도 17억원에 불과하다. 해외 법인도 여신전문사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두 곳에 그친다. 이에 농협금융그룹은 올해 초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13개국 28곳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사업에서 1600억원이 넘는 연간 순이익을 거두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해외 네트워크는 두 배, 순이익은 여덟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목표다. 1조3565억원인 해외 자산도 5년 뒤엔 6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 전략으로 농협은행의 해외 진출은 더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손병환 농협은행장은 취임 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재직 시절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겸임한 바 있다. 손 행장 임기 동안 농협은행의 글로벌 사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손 행장은 취임사에서도 “주요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아직은 경쟁은행에 비해 네트워크와 수익성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글로벌 사업방향도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작년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가 출범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사 해외법인이 출범하면 사업 초기비용이 투입돼 수년 동안 적자를 보는 일이 보통이다. 농협은행만이 지닌 농협의 농업금융 노하우와 생산·유통·판매 등 농업실물부문 경험을 토대로 현지 농업금융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지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향후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상업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