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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채안‧증안펀드 '속앓이'…M&A 변수 되나?

BIS자본비율 하락·자금마련 등 '자본적정성' 우려 커져

 

[FETV=유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확장 및 다각화의 돌발 변수가 되고 있다. 금융지주는 삼성생명·화재의 대규모 출자로 주목 받고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화(증앙펀드)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조성되는 채안펀드는 최대 20조원, 증안펀드는 최대 10조7000억 규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모기업인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단순 산술 평균치는 11.29%로 1년 전 같은 기간(12.73%)에 비해 1.4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자산의 위험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내부등급법에서 표준등급법으로 바꾼 우리금융을 제외해도 같은 기간 13.24%에서 12.25%로 1%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에 4대 금융지주의 작년 BIS자기자본비율 단순 산술 평균치도 1년 전에 비해 1.62%포인트 하락한 13.58%를 기록했다. 

 

'자본적정성'은 은행이 대출업체의 부도 등으로 영업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잘 감당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자본적정성 지표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을 보통주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주자본비율 규제는 바젤3이 도입되면서 강화됐다. 은행을 최대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들도 바젤3 규제를 받는다. 보통주자본은 금융사의 청산 시 가장 나중에 돌려줘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위기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접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한 각종 금융혁신으로 보통주자본 외 신종자본증권 등이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자본의 질이 저하되면서 은행들의 손실 흡수력이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보통주자본비율 규제 하한선이 올라갔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뜻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더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각각 1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4대 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증안펀드에 각각 1조원씩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금융그룹 가운데 최대 계열사인 은행이 대부분 부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이 증안펀드에 많은 돈을 투입하면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 금융지주 전체의 자본비율도 하락하게 된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은행이 증안펀드에 1조원을 투자하면 위험가중치 300%를 적용받아 위험가중자산이 3조원 늘어난 것으로 간주된다. 자본비율의 분모 값이 늘면 지표 값은 떨어진다. 

 

채안펀드에 투입할 자금도 부담스럽다. 은행권은 기존에 조성된 10조 규모의 채안펀드에 4조7000억원을 우선 투입한다. 또 추후 2차로 새롭게 조성될 10조원 채안펀드에도 기여한다. 채권안정펀드의 위험가중치는 100%이라 부담은 증안펀드에 비해 덜하지만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건 마찬가지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이어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은행들이 동원되면서 투자손실 가능성 외 자본비율 우려 등도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 초 앞다퉈 경영목표로 내세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M&A의 열기가 다소 식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현재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당국이 정한 규제 하한선(8%) 대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락세가 더 심해진다면 시장에 좋지 못한 신호를 줄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비은행계열사를 인수하면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 자본비율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신한금융는 작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는 등 최근 몇 차례 M&A를 성사시키면서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신한금융의 작년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1.2%로 1년 전(12.5%)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사실상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BIS비율도 같은 기간 0.9%포인트 떨어진 14%를 기록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 보통주자본비율은 BIS비율 보다 개선하기 더 어렵다. BIS비율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규모를 키워 지표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보통주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나 그룹 순익을 늘려 이익잉여금을 키워야한다. 유상증자는 자본조달 비용이 더 클 뿐 아니라 주가 하락을 초래해 주주가치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룹 순익 증가도 한계가 있다. 또 위험가중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은 현재 M&A를 추진하려는 금융그룹의 경영 방침과 정반대의 결정이다.  

 

현재 자본비율이 가장 높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KB금융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제로금리’로 인해 생명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우려가 커지면서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자본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 M&A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