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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신의 한수' 되나

'승자의 저주' 논란 현대증권 인수...비은행부문 '효자 계열사' 등극
윤 회장 "유럽·日 생보사 PBR 은행업보다 높아"

 

[FETV=유길연 기자] “보험은 여전히 괜찮은 비지니스로 본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올해 주주총회에서)

 

최근 금융권의 최대 이슈는 높아진 KB금융그룹의 푸르덴생명 인수 가능성이다.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비해 7000억원 가량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만큼 푸르덴셜생명을 산 것이나 다름없다.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과거 현대증권을 인수해 KB증권을 키워낸 것처럼 이번 인수도 그룹의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과 본입찰에 참여했다. KB금융은 푸르덴셜 생명 인수가를 경쟁그룹인 사모펀드들에 비해 더 높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적어낸 인수가는 사모펀드에 비해 7000억원 가량 높은 2조2000억원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KB금융이 경쟁자들 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다는 소식에 업계는 KB금융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제로금리'로 인해 이차역마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는 손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차역마진은 보험 가입 고객에게 보장한 보험금 이자율보다 보험사 운용 수익률이 낮아 보는 생기는 손해다. 생보사들은 2000년대 초중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고 이것이 저금리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제 이차역마진으로 인해 최근 삼성·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의 순익은 곤두박질쳤다.  

 

 

푸르덴셜생명도 업황 부진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종신보험 명가’를 내세웠던 푸르덴셜생명도 과거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고 이에 대한 부담이 최근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작년 상반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평균 적립이율은 5.28%로 운용자산수익에 비해 1.41%포인트 높다.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수익이 자산운용만으로는 충당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KB손해보험 노조는 지난 20일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KB손보 노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를 시가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있는 데다 저금리로 인해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종규 회장의) 성과 부풀리기용 인수·합병(M&A)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과거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처럼 그룹 이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윤 회장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 지적은 나왔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하는데 1조원을 배팅했다. 당시 시장에서 예상했던 현대증권 적정 인수 가격은 7000억원이었다. 현대증권의 본입찰 당일 종가로만 본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은 3500억원대였다. 이에 업계는 KB금융이 시장 가격보다 2~3배 많은 금액에 현대증권을 인수했다면서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KB증권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44% 급증한 2579억원을 거뒀다. 이에 KB증권은 KB손보를 제치고 그룹 내 순익 3위 계열사로 뛰어올랐다. 그룹의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효자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금융(IB) 사업이 주요 핵심 사업으로 부각되면서 자본규모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작년 IB 부문의 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증시가 크게 부진했지만 증권사들의 순익은 급증했다. IB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증시 변동성에 대응한 결과다. IB사업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자기자본 여력이 커야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권사 ‘덩치 싸움’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KB금융이 2016년 당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업계 6위 현대증권을 인수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도 향후 생보업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인수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윤 회장도 향후 생보업계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총에서 "저금리 상황은 유럽이나 일본은 이미 경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은행업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