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급하게 은행 대출을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3/art_1585004960424_f0bde9.jpg?iqs=0.6886719810671831)
[FETV=유길연 기자]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던 대기업들이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기업들이 회사채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힘들어지면서 급하게 은행을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현재 78조6731억원으로 지난 2월 말에 비해 1조7819억원 늘었다. 아직 이달이 지나기까지 10일 가량 남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출 증가 규모는 2월 한 달 간 증가액(7883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통상 대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달인 1월 한 달 간 증가액(1조7399억원)보다도 많다. 대기업은 연말을 맞아 재무제표상 재무 건전성을 좋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대출을 줄였다가 이듬해 초 다시 늘리기 때문에 보통 1월에 대기업 대출이 많이 증가한다. 1월을 제외한 다른 달에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경우는 최근 2년 이내에 없다.
대기업은 보통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대출 잔액의 큰 변동은 없는 편이다. 지난 1월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73조819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0.7%(5123억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달 들어 대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지자 사전에 받아놓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주요국의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와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실물경제로 옮겨 붙자 투자자들은 회사채 투자도 꺼리고 있다. 이에 대기업은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 의존도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역대급으로 예고되면서 대기업들의 유동성 확보는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이는 금투협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4월 기준 역대 최대다. 4월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8조3720억원이다.
회사들이 회사채 만기를 연장할 수 없다면 현금을 마련해 채권 보유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급히 서두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