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3/art_15849491972236_402799.jpg)
[FETV=유길연 기자] 한국은행이 주요국 증시가 폭락해 주가연계증권(ELS) 담보가치가 하락하면서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 등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오는 24일 실시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와 같이 결정했다. 비은행권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RP매입 대상 기관은 한국증권금융과 삼성·미래에셋대우·NH투자·신영증권 등 총 5곳이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추가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주로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공채나 특수채·신용우량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므로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ELS 담보가치가 떨어져 자체 위험회피(헤지)방식을 쓰는 대형 증권사들에 3조원 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했다. 증권사가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를 운용할 때는 헤지를 위해 해당 지수의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유로스톡스 50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등이 일제히 폭락해 추가로 증거금을 내야 했다.
이들은 증거금을 납부하느라 기업어음(CP) 등 단기채권을 시장에 대거 쏟아냈다. 이에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현물시장에까지 충격을 주는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컸지만 증시가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이 높아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3~4% 하락했고, 이날 코스피 지수도 장중 5% 넘게 빠졌다. 또다시 수조원대 마진콜 위기가 닥치면 증권사들이 유동성 부족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한은과 금융기관 간의 RP 거래는 보통 공개시장조작을 위해 은행권과 이뤄졌다. 지급준비금을 예치하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RP를 매각 혹은 매입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금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상이 비은행권으로 확대됐다.
한편 한은은 현재 5개사인 RP 대상 비은행기관에 통안증권 대상 증권사와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 등 최대 11곳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RP 거래 대상 증권에 일부 공기업 특수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 RP 거래 대상 증권은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