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사진 왼쪽)이 지난 1월 16일 출근길에서 노동조합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2/art_1584588584897_1c4924.jpg?iqs=0.21109148696439828&iqs=0.22584792165749712)
[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공공성·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 잡기에 힘쓰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노조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내외 영업환경 악화와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공공성 및 수익성 확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을 이유로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따른 고발은 전체 금융권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사측이 시간 외 근무를 관리하는 컴퓨터 종료(PC-OFF) 시스템을 강제로 해제함으로써 편법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에 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코로나19 지원 관련 업무도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따라 당초 정했던 은행의 이익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지원과 실적 달성, 두 가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 문서를 집으로 싸들고 가야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노조의 주장이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늘리기 위해 자본 확충을 실시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5일 26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인 지난 2009년 5월 3000억 규모의 유증 후 최대 규모다. 또 최근 기업은행은 4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이를 통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초저금리·우대금리 대출상품 공급규모를 기존의 1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늘렸다. 초저금리 대출의 금리는 3년간 연 1.4% 수준이다. 우대금리 대출 금리는 일반 대출보다 최대 2%포인트 감면된 연 2% 후반대다. 모두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공공성 강화는 자칫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이익을 거두는 것이 영업의 핵심이다. 초저금리·우대금리 대출상품 증가는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이미 저금리 기조로 지난해 수익성 하락에 직면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한 해 순이자마진(NIM)이 1년 전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해 4대 시중은행의 평균치에 비해 0.03%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의 작년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7.2% 감소한 1조401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년 간 기업은행 주가 동향(종가기준) [자료=한국거래소]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2/art_15845928578507_c4d162.png?iqs=0.19165638417045106)
수익성 하락은 결국 주가하락과 주주가치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주가는 실적이 줄고 공공성이 강화된다는 소식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유증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기업은행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3.94%(370원) 하락했다. 이는 금융주 전체보다 더 큰 하락폭이다. 또 작년 순익이 줄어들면 주주에게 나눠줄 배당금이 줄었다. 작년 결산배당은 주당 670원으로 지난 2018년 690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정부 지분 53%를 제외한 나머지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채워지고 있다. 투자를 더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늘려야 한다. 윤 행장이 올 초 취임사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은행도 수익을 내야한다”라고 밝힌 이유다.
따라서 기업은행이 공공성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수익도 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근무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런데도 노조가 주52시간을 이유로 경영진을 고발하는 것은 조직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성과 목표치를 대폭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경영진을 고발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