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사진)이 취임 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실력' 중심의 인사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 됐다. 이에 IBK연금보험 등 예정된 다른 계열사 CEO인사에서도 반영될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투자는 차기 대표이사로 서병기 현 신영증권 투자금융(IB)부문 총괄부사장을 내정했다. 윤 행장 취임 후 두 번째 계열사 CEO 인사다. 앞서 윤 행장은 지난 2월 IBK자산운용은 신임 대표에 '리스크 관리문가' 인 강남희 부사장을 선임했다. 강 대표는 이리상고를 졸업한 후 1979년 입행해 38년간 기업은행의 지점장·검사부장·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장에 오른 인물이다.
서 내정자는 WM부문장으로서 초고액자산가 대상 WM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일반 영업점 서비스 질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신영증권 IB총괄 부사장을 맡고 나서는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해 신영증권의 IB부문 영업이익은 15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늘었다. 이는 신영증권의 전체 실적이 소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최근 증권사의 최대 실적 행진을 이끈 핵심 사업인 IB부문에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한 셈이다.
이러한 서 내정자의 전문성이 윤 행장의 인사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은 IBK투자의 지분 83.26%을 가진 최대주주다. 회사 인사에 모기업 최고경영자인 윤 행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당초 업계는 김영규 현 IBK투자 대표가 호실적을 고려했을 때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임기 첫 해인 2018년 IBK투자의 순익은 1년 전에 비해 60.77% 급등한 570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이대 최대 실적이다. 작년에도 순익이 전년 대비 10.9%올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부당노동 문제와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등 일련의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2018년 8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IBK투자의 부당노동을 고발하는 내용이 연이어 올라왔다. 때문에 김 대표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IBK투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DLS 발행에 있어 전적 리스크관리에 소흘했다는 이유로 경징계인 경영유의를 받았다.
윤 행장은 새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IB 전문가인 서 내정자를 지목한 것으로 관측된다. 윤 행장은 상반기 기업은행 정기인사를 통해 임기 동안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실력 위주의 인사를 할 것을 표명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과 달리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109명의 후보군을 살펴보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내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상자 면접과 평판 조회를 거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성을 평가받은 서 내정자가 낙점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IBK투자 대표 인사는 정부 관련 인물이 임명되는 등 '실력' 외의 요소로 결정돼 논란이 일었다. 임기영 초대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에서 금융분야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형승 전 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맡은 경력이 있다. 조강래 전 대표도 TK(대구·경북)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한 후 한국벤처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신성호 전 대표는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이 몸 담았던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도 현 정부와 관련되거나 코드가 맞는 인물이 내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하마평 올랐다. 주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관료출신이 내정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윤 행장의 인사로 나머지 계열사 인사도 능력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역대 최장 출근저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취임한 윤 행장이 은행 인사체계 전반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사가 예정된 기업은행 계열사는 IBK연금보험, IBK시스템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취임부터 인사원칙으로 강조한 ‘공정과 포용, 성과와 실력’ 은 앞으로 기업은행 인사 전반에 녹아들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