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2/art_15843274582614_ca429f.png?iqs=0.9397904873412952&iqs=0.7898804358095892&iqs=0.7856180712458516)
[FETV=유길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틀 앞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결정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조만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시장은 한은이 0.2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은이 0.5%포인트 수준으로 하락폭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한은이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0.75%로 내려간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사상 처음으로 '0%대 시대' 진입이다. 앞서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인하한 사례는 '9·11 테러' 직후인 지난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 뿐이다.
앞서 시장이 한은의 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던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자금 유출이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 인하 폭이 커지면 자금 유출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최근 계속된 환율 급등도 금리 인하 폭을 키우는데 부담 요인이다.
하지만 연준이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를 결정하자 한은도 ‘빅컷’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준이 금리 인하폭을 키운 상황에서 한은이 자금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고려할 수 있는 인하 범위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공포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 당국도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한다는 지적도 금리 인하폭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도 미 연준 금리인하에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당연히 미국 연준 조치를 우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의미 있게 해석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통화 당국에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문제로 인하폭 증대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낮아져 돈이 더 많이 풀리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려 집값 상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공조 필요성은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 후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완화 정도에 대해서는 금융안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 부동산 시장은 핵심 고려 대상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는 금리 인하폭 상승의 제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통화긴축정책을 선호하는 ‘매파’의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한은 총재 임기 동안은 여럿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바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5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제 상황과 정치권의 요구에 반응해 결정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가 취임한 지 4개월 만인 2014년 8월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려 연 2.25%로 조정했다. 당시 일본의 엔화 약세정책에 세월호 참사 등의 악재가 겹쳤다. 또 정부가 시장에 돈을 대거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초이노믹스’(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를 추진하면서 정책공조 필요성이 제기된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후 2014년 10월에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내렸다. 2015년 3월과 5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면서 금리가 연 1.5%까지 하락했다.
또 한은 금통위는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려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당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국내에선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조치다.
이후 2017년 11월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8년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가 2019년 7월 0.25%포인트 내리면서 다시 통화정책 완화기조로 돌아섰다. 또 같은 해 10월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수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이 총재는 ‘한국은행 독립성 문제’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0월 “2015년 5월24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성장률 저하, 재정 역할, 금리 인하, 한국은행 총재’라고 수첩에 적은 지 18일이 지난 6월11일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총재는 “해당 문자 메시지는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그때 금리와 관련해 안 전 수석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