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자본'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리딩 전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세 등으로 인수·합병(M&A)에 다소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자본적정성이 가장 우수한 KB금융은 M&A를 통해 리딩금융 타이틀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지난해 말(연결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1.2%로 1년 전(12.5%)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사실상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우리금융그룹이 같은 기간 2.8%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는 작년 지주사 체제 출범에 따른 결과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중을 뜻한다. 이에 신한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도 같은 기간 0.9%포인트 떨어진 14%를 기록했다. 또 기본자본비율(Tier1)도 1%포인트 하락한 12.4%였다.
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은행이 대출업체의 부도 등으로 영업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잘 감당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자본적정성 지표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을 보통주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주자본이란 자본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질적 측면을 보여주며 지난 2013년 '바젤3 자본규제' 도입으로 신설됐다.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한 주된 이유는 오렌지라이프의 잔여지분(40.58%) 인수를 위해 자기주식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자본차감이 발생해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지난달 28일 신한금융은 자사주를 통해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트 잔여지분을 인수하는데 총 2211만4968주의 보통주로 오렌지라이프와 주식교환 했다. 이 가운데 1388만2062주(6016억원)는 신한금융의 자사주로 충당됐고 나머지 823만2906주(3568억원)는 유상증자를 통해 채우기로 했다. 교환비율은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1주당 신한금융 보통주 0.66주다.
![4대 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CET1) [자료=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0/art_15834492719917_c540d3.png)
신한금융은 올해도 자기자본비율 상승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오렌지라이프와 주식교환으로 신한금융의 자사주는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에게 옮겨가 자본차감 계정에 잡힌 6000억은 사라졌다. 이는 자본비율 상승 요인이다. 또 356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자본규모를 늘린다. 오렌지라이프 순이익을 100%로 편입하는 것도 자본증대 요인이다.
하지만 신주 발행은 주가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한금융은 오는 4월 28일 이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할 계획이다. 김태연 신한금융 본부장은 "이론상 4월 28일부터 자사주 추가 매입에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자사주 소각 규모를 이사회에서 논의해 상반기 안에 일정규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수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가 소유하게 된 500억원 가량의 신한금융 주식도 매입할 전망이다. 자본규모 증가가 일정부분 상쇄되는 셈이다. 현행 법률상 자회사가 모기업 지분을 보유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오렌지라이프가 소유하고 있는 신한금융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신한금융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오렌지라이프의 남은 지분 인수는 현행 규정 상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지분을 신한금융이 추가로 인수하면 바젤3가 규정하고 있는 ‘비연결금융자회사(보험사)에 대한 연결기준'에 따라 자본비율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신한금융은 올해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기 다소 힘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자본비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대형 비은행사를 인수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자본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신한금융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위험 수준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보통주자본비율 규제하한선을 7%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하락폭이 커진다면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 또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자회사 출자총액/지주사 자기자본)도 작년 9월 말 기준 당국이 정한 상한선인 130%에 근접한 129%를 기록하고 있다. M&A를 위한 자금 여력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반면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을 비롯한 자본적정성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KB금융의 작년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3.59%로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약 0.8%포인트 하락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1% 넘게 높다. KB금융은 또 BIS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 모두 1위다.
따라서 KB금융은 올해 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M&A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016년부터 총 1조30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KB금융은 인수 기업의 일정 지분을 사들인 후 나머지 지분을 자사주로 교환해 100%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을 활용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과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을 인수할 때 이러한 방법을 썼다.
KB금융은 올해 그룹의 ‘약한고리’로 꼽히는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생명은 규모가 작고 업계 위상이 낮은 탓에 M&A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푸르덴셜은 '알짜 생보사'로 평가된다. 푸르덴셜생명은 무엇보다 자본적정성이 우수하다. 현재 푸르덴셜의 지급여력비율(RBC)은 505.1%로 생명보험업계 1위다. 또 변액보험과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해 고수익 구조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작년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오렌지라이프 인수였다. KB금융이 올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고 신한금융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면 실적 1위 자리는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이 M&A시장에서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