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0/art_15832909012851_011c9f.png?iqs=0.6307828868947354&iqs=0.9598317545569757)
[FETV=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우리금융은 법정소송을 통해 ‘손태승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져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 사이의 갈등관계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례회의를 열고 DLF사태 관련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우리·하나은행에 일부영업 6개월 정지 및 과태 부과를 결정했다.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장이 결재한 내용대로 향후 금감원이 통보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3일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안을 원안대로 결재했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징계 효력이 발생하면 우리금융은 회장을 새롭게 뽑아야 한다. 손 회장은 작년 말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였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에 대한 징계가 통보되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징계효력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손 회장은 행정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회장으로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법원은 징계가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주는 경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과거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리금융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사내이사인 이원덕 부사장이 회장 대행 직을 맡는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유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이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우리금융이 소송전에 돌입하면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부담을 안는다. 비은행부문 강화 등 갈길이 바쁜 우리금융이 각종 인허가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는다면 사업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금융은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을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줄어 자본적정성 지표들이 개선된다. 이는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 여력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금융그룹은 1년 동안 표준등급법으로 위험도를 평가해야한다. 이에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시절 내부등급법을 적용했지만 지주 출범 해인 작년 표준등급법을 적용했다. 따라서 RWA가 증가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했다.
현재 우리금융이 M&A에 나서는데 있어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자본적정성 문제다. 작년 말 우리금융의 BIS자기자본비율(예상치)은 11.9%로 내부등급법을 적용받던 1년 전(15.7%)에 비해 3.8%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같은 기간 3.8%포인트 하락한 8.4%를 기록해 자본의 질도 악화됐다. 우리금융이 평가방식 변경 허가를 기다리는 이유다.
우리금융이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조직의 안정화를 이루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과거 우리금융은 공적자금 투입 후 취약한 지배구조와 관치 금융으로 대기업의 부실채권을 떠안아 자산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우리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조선·건설업이 불황을 겪자 지난 2012년 말 연체율이 1.23%로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우리은행 등 금융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금융지주사다.
또 소송 전에서 우리금융이 승소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를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징계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금융은 행정소송을 통해 당국의 최종 징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