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거취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진행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을 비롯한 대외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반면 노동조합과 사외이사 등 조직 내부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손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논의를 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 돼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손 회장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해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면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또 대외 분위기도 손 회장에게 어려움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의 가상계좌 비밀번호 불법 변경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7월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 2만3000여개의 비밀번호를 변경해 활성계좌로 전환했다. 당시 우리은행 핵심성과지표(KPI)는 비활성화 계정이 거래가 재계되면 실적에 반영했다. 이에 비활성화 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해 거래가 재계된 것처럼 꾸며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DLF 사태와 함께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206/art_15809641556299_ba3017.jpg)
하지만 1년 넘게 지난 지금 해당 사건이 거론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우리은행은 당시 자체 검사로 이를 알아내 해당 건을 영업점 직원의 실적에서 빼고 KPI에서 해당조항을 폐지하는 등 제도적 보완 조치도 취했다. 또 그해 10월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때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이번 사태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고객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자체 조치가 끝난 지 1년 넘은 사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DLF 사태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상황에서 외부 상황이 손 회장의 연임 결정에 불리함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우리금융 조직 내부는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 노조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힘이다. 국내 대형은행의 노사 관계는 대부분 좋지 못하다. 최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선임을 두고 벌어진 노사의 갈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 우리은행과 함께 DLF 사태의 책임이 있는 하나은행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206/art_15809642175286_6774d8.jpg)
이에 반해 우리은행 노조는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DLF 사태처럼 고객 손실금 보상에 관한 사안에서는 해당 지점의 직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문제라 내부 반발이 커지기 마련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점 직원이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더라도 DLF 사태처럼 고객 손실이 큰 사안이 발생하면 지점장을 비롯한 관련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인데도 노조가 오히려 손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은행 노사 관계가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을 넘어 국내 기업들 가운데 노사 관계가 좋은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우리금융의 우리사주 지분율도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우리금융의 작년 9월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6.42%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노사가 힘을 합쳐 ‘정부 대 노사’로 활동하며 협력해 온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 우리금융 사외이사들도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들은 조직안정을 위해서는 손 회장 연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1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을 팔아 공적자금을 환수해야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금융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우리금융 주가는 예보가 ‘본전치기’ 마지노선인 1만3050원 아래인 1만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회장이 물러나 경영공백이 발생한다면 기업가치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