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206/art_15807941586589_2e0cf2.jpg)
[FETV=유길연 기자]IBK기업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에 고객 불신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금융권 3위에 랭크될 만큼 인기를 얻었지만 수익률이 6대 은행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기업은행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지난 2018년 전체 금융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1년전보다 12.8% 늘었다. 이중 은행권의 적립금 규모는 100조원 가량에 달해 주요 은행들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작년 확정기여(DC)형, 개인형 개인퇴직연금(IRP) 평균 수익률은 각각 2%, 1.86%를 기록했다.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기업은행의 지난 2018년 DC형·개인형IRP 수익률은 각각 1.25%, 0.56%를 거둬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나머지 은행들의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두 제도 모두 최하위로 밀렸다.
세 가지 퇴직연금 제도 가운데 DC형, 개인형IRP 시장은 노동시장 및 연금시장 제도 변화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확정급여형(DB)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근로자 퇴직 시에 확정 퇴직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반면 DC형과 개인형IRP는 기업이 퇴직금을 운용하는 DB형과 달리 노동자 개인이 운용한다. 회사가 정해진 퇴직금을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DB형과 달리 운영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진다. 때문에 DC형과 개인형IRP는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펀드 투자가 허용되는 원금비보장형 가입자 비중이 DB형에 비해 더 높다. 원금보장형은 은행 계좌, 국채 등 안전자산이 포트폴리오에 담긴다.
![6대 은행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개인형 개인퇴직연금(IRP) 수익률(%) [사진=은행연합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206/art_15808074129405_f0d0b7.png)
2018년 전체 금융사 가운데 DC형 적립금(49조7000억원)은 1년 전에 비해 17.5%가 늘어나 전체 증가율 대비 5%포인트가량 높았다. 또 같은 기간 개인형IRP(19조2000억원)는 25.6%의 증가율을 보여 전체 증가율의 두 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개인형IRP는 지난 2017년 7월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들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적립금 규모도 급격히 불어났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DC형, 개인형IRP 시장에서 기업은행의 수익률이 경쟁 은행에 뒤처지면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 자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작년 12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5조9409억원으로 신한·KB국민은행과 함께 ‘빅3’에 꼽힌다.
특히 기업은행은 작년 적립금 규모가 15조원대로 비슷해 빅3 경쟁을 하고 있는 하나은행(15조6316억원)과 수익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행은 DC형, 개인형IRP 제도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원금비보장형 수익률 경쟁에서 하나은행에 뒤처졌다. 기업은행의 DC형 원리금비보장형 수익률은 5.87%로 하나은행(7.75%)에 비해 2%포인트가량 낮았다. 개인형IRP 원리금비보장형(7.24%)은 하나은행보다 0.51%포인트 밀렸다. 원금비보장형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은행의 실력발휘가 상대적으로 더 허용된다. 기업은행의 퇴직연금 경쟁력의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또 DB형 퇴직연금 수익률도 1.47%을 기록해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특히 기업은행의 원금보장형 DB형 수익률은 1.4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DB형은 나머지 두 제도에 비해 원금보장형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원금보장형 비중도 세 가지 퇴직연금 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거래가 많아 퇴직연금도 고객도 대부분분 중소기업이다”라며 “중소기업 고객은 원금보장 DB형 상품의 경우에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하길 원해 수익률이 대기업과 거래가 많은 시중은행에 비해 다소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금보장형 상품군을 구성할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보장 DB형 상품군을 구성할 때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금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달리 저축은행 계좌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등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