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윤 행장은 자산건정성과 수익성 회복 등 경영실적을 개선해야 한다. 금융권 최장 행장 출근 저지 과정에서 훼손된 노사 간 신뢰회복, 인사 문제 배치 등 기업은행의 당면 현안도 윤종원 리더십 앞에 놓인 숙제다.
■ 자산건전성·수익성 동반 하락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9월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개별기준)은 89.04%로 지난 2018년 말(92.1%)에 비해 약 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112.46%)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낮은 수치다. 중소기업 대출을 주 업무로 삼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큰 차이다. 고정이하여신도 크게 늘었다. 작년 9월 말 고정이하여신은 2972억원으로 2018년 말(2727억원)에 비해 9% 늘었다. 이에 전체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오른 1.36%를 기록했다.
발표를 앞둔 작년 4분기와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은행은 대출을 해준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연말이 돼야 구체적인 신용위험 평가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기업은행은 연말에 여신 건전성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클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한해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악화로 중소기업의 여신 등급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도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상 여신의 신용등급 추가 하락 여부에 따라 향후 신용등급 하락이 요주의이하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3분기 고정이하 순증가액이 평분기 대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자산건전성 악화 현상이 심화되고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수익성 전망도 먹구름이다. 작년 3분기 기업은행은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율(NIM)이 크게 하락했다. 기업은행의 작년 3분기 순이자마진율은 1.86%를 기록해1년 전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중은행의 하락폭 보다 두 배 넘게 큰 수치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IM의 하락폭은 같은 기간 0.04%포인트였다.
여기에 올해는 대출 성장세도 한 풀 꺾일 전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대출 성장률은 올해에도 둔화세를 이어가며 3~4%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저금리와 대출 증가 규모 둔화로 인한 실적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이자부문에서 빠지는 이익을 다른데서 매우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의미다. 작년 3분기 기업은행의 총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의 비중은 90%를 기록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평균(86%)에 비해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통한 이자이익을 얻는 것 이외의 사업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 부행장·계열사 CEO 인사 지연...연초 부터 경영 차질
장기간의 출근저지 사태로 인한 늦춰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실무진 인사 배치도 악재도 꼽힌다. 새해 첫 한 달 간 경영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시중은행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행을 이끌기 위해서는 윤 행장은 인사 문제부터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의 인사는 통상 1월 중순에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1월 15일에 단행됐다. 현재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CEO 임기는 이미 완료됐다.
부행장과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져야 실무진 인사 배치도 가능하다. 결국 기업은행이 새해 본격적인 업무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인사 진행이 시급하다. 이에 윤 행장은 지난 15일 상반기 정기인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출산 등 휴‧복직자만을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결정한 바 있다. 정기인사의 불가피한 지연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차기 위원장, 김형선 위원장, 윤종원 행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기업은행 노조]](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105/art_15802556133833_a29949.jpg)
■ ‘최장 출근저지’ ..노사 신뢰 회복 시급
윤 행장은 노조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기업은행 노사의 전격적인 합의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행장의 임명을 두고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유감표명이 분수령이 됐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노총과 우리 당은 낙하산 근절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소통과 협의가 부족해 이런 합의가 안 지켜졌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당·정·청이 윤 행장의 ‘낙하산 인사’를 인정한 셈이다.
이에 기업은행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사 공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특히 이 합의문에는 선언문 형식이지만 ‘노조추천이사제 유관기관과 협의 후 추진’ 이 포함됐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 이사제'의 연장선으로, 한국노총 산하인 금융노조가 요구해 온 제도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추진했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로 재계에서도 도입하지 않는 제도를 국책은행이 나서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아 결국 무산됐다.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당·정·청이 윤 행장의 ‘낙하산 인사’를 인정한 만큼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시행을 놓고 강경 투쟁에 나선다면 노사간에 극심한 대립이 재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