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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행장 출근 막은 기업은행 노조에 힘실리는 까닭은

 

[FETV=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 노조는 8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막아섰다. 지난 3일 첫 출근 후 4번째 노조의 출근저지다.

 

사실 신임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장에 대한 노조의 출근길 대치는 수시로 반복되는 일종의 ‘행사’와 같다. 하지만 이번 기업은행 사태는 경우 노조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치열해지고 있는 시중은행과의 영업 경쟁에서 내부출신 행장들이 10년 동안 기업은행을 잘 이끌어왔는데 갑자기 관료출신 인사를 내려보내 위험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8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길이 또 다시 노조의 반대로 가로막혔다. 윤 행장은 지난 3일 첫 출근 후 4일째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말부터 관료출신 인사가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낙하산 인사’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업은행 노조는 10년 만에 내부출신 행장 선임을 깨고 다시 정부 인사가 수장으로 온다는 소식에 크게 반발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23대 조준희), 2013년(24대 권선주), 2016년(25대 김도진) 3연속으로 내부 출신 행장이 맡아왔다.

 

관료 출신 국책은행장은 노조의 반대로 여러 차례 출근길이 막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될 당시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일주일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행장 취임식도 지연됐다. 당시 노조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독단경영을 하고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추진했다는 이유로 행장 선임에 반발했다. 또 은 행장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행된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수석 이코노미스트까지 지낸 인물을 낙하산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때문에 관료출신 행장이 선임되면 노조가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임명에 반대함으로써 초반 기세를 꺾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기업은행 경우 노조의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입장 변화를 질타하고 있다. 현 정부가 야당 시절에 정부가 국책은행장 자리에 관료출신 인물을 앉히려고 하면 ‘관치 금융은 독극물’이라며 반대했다. 내부인물인 권선주·김도진 행장도 원래 관료출신들이 선임되려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돼 지휩봉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정치적 논란 뿐만 아니라 이번 인사는 기업은행 조직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중은행이랑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은행장에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행장이 오면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정부의 정책 집행이 핵심인 은행으로 시중은행과 성격이 다르다. 지분도 정부가 100% 소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53.24%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나머지는 투자자들의 자본이 투입돼 있다. 따라서 기업은행은 주주환원을 위해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기업은행의 핵심 영업 부문인 중소기업대출은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지난 10년간 내부출신 행장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행의 호실적을 이끌어냈다. 내부출신 행장이 임명되기 전인 22대 윤용로 행장이 임기를 맡았을 당시 2010년(1조3090억원)을 제외한 2008년 2009년은 1조원에 모자란 7644억원, 72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조준희 행장이 취임한 2011년 이후 세 명의 내부출신 행장들 임기 동안 2013년을 제외하고는 1조원이 넘는 순익을 줄곧 기록했다. 

 

특히 2012년 이후에는 시중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2012년 농협의 신·경 분리로 신용사업을 맡고 있던 부문이 NH농협은행으로 분리되면서 적극적으로 수익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농협은행의 탄생은 또 하나의 대형 은행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 또 2015년 하반기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되면서 당시 자산규모 299조원의 최대 은행이 탄생했다. 

 

기업은행은 2013년 8864억원의 순익을 거둬 직전 년도에 비해 27% 줄어들면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2014년 1조 164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반등하더니 이후 실적이 꾸준히 올라 김도진 행장 임기 2년차인 2018년 1조 7058억원의 최대실적을 거뒀다. 작년 3분기에도 기업은행은 1조3678억원의 실적을 거둬 이미 1조원 순익 클럽에 가입한 상태다. 

 

올해도 은행권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저금리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들의 수익성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기업은행의 작년 3분기 순이자마진율도 1.86%를 기록해1년 전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폭은 시중은행의 하락폭 보다 두 배 넘게 큰 수치다. 4대 시중은행의 단순 평균 NIM의 하락폭은 같은 기간 0.04%포인트였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부행장들이 잘 이끌어오고 있는데 굳이 관료출신 인사를 임명해 새로운 위험 요소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은행들 간의 경쟁 속에 지난 10년 간 기업은행은 호실적을 이어왔다”며 “하지만 현 정부에 들어서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지휘봉을 잡는 것은 기업은행 노동자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