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자사주 매입 등 ‘책임 경영’ 강화를 통해 산적해 있는 과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2일 자사주 5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주당 가격은 1만1455원으로 총 5726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는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 사들여 현재 총 6만8127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4대 금융지주 회장들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만2000주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만1000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5만8000주를 보유 중이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부양해 회사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고경영자(CEO)에 발 맞춰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도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우리사주 비율은 6.42%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며 "우리금융 주가 상승을 위해 노사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작년 초 야심차게 지주사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주가 하향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코스피에 상장된 후 첫 거래일인 작년 2월 13일 주가는 1만53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 6일 1만1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약 28% 하락한 수치다.
하락세의 원인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우리금융 주식이 많이 발행된 탓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손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자회사로 바꾸기 위해 주식을 많이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자회사의 지분을 받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가치의 자사주를 넘겨야했다. 따라서 우리금융 보통주 발행 주식 수는 작년 9월 말 기준 7억2226만7683로, 신한지주(4억7419만9587주), KB금융지주(4억1580만7920주), 하나금융지주(3억24만262주)에 비해 많다.
이에 우리금융은 자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매각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작년 11월에는 우리카드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털어냈다. 또 우리금융 기업소개활동(IR)담당자들은 주가부양을 위해 싱가포르 서밋미팅에 참석해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및 우리금융을 해외투자자들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벌어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도 우리금융의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잔여 자사주 1.8% 블록 딜 매각 이후 외국인 매도가 지속됐다”며 “또 예금보험공사의 해외투자자 면담 이후 오버행 우려가 증폭됐으며 DLF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있는 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주가하락은 우리금융의 두 가지 핵심 과제인 ‘완전 민영화’와 ‘비은행부문 강화’에 좋지 않다. 올해부터 예보는 남은 우리금융 지분 약 17.25%(작년 9월 말 기준)를 매각해 공적자금 회수를 완료해야 한다. 예보가 옛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총 12조7663억원으로 이 가운데 87.3%(11조1404억원)를 회수했다. 현재 1조6259억원 가량이 남았는데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주식 수는 1억2460만4797주다. 주당 1만3050원은 넘겨서 팔아야 공적자금 본전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인수 ·합병(M&A)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보해야하는데 주가 하락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8.45%로 타 금융지주(KB금융 14.4%, 하나금융 12.3%, 신한금융 11.4%)에 비해 낮아 인수를 위해 차입을 크게 늘리기도 힘들다.
손 회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사주 매입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금융의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까지 우리금융의 총영업이익은 5조2700억원으로 2018년 같은기간(5조130억원)에 비해 5%(257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자·비이자이익 모두 각각 5.2%, 4.5% 늘었다. 글로벌부문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1780억원 수준을 달성했다. 총영업이익은 대손충당금 적립금과 판매관리비용을 제외한 이익으로 은행의 영업 전 부문에서 달성한 이익을 뜻한다.
영업 전반에서 실적이 늘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초기의 리스크를 털어내면 주가는 오른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우리금융의 순익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66% 늘어난 3080억원인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에서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금융 지분 매입을 주가 상승의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