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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에서 윤종원까지"...출근저지 사태 재연된 '낙하산 은행장' 흑역사

 

[FETV=유길연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이 최근 발생한 노조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출근길 저지 사태에서 다시 확인되는 분위기다.

 

신임 행장의 출근 무산은 한국의 금융업계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발연대 시절 은행이 국유화됐던 까닭에 금융자유화 이후에도 은행에 정부의 입김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은행경영진-금융당국-노조’로부터 비롯된 ‘신임 행장 잔혹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6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조의 반대로 출근이 무산됐다. 지난주 금요일 이후 두 번째다. 노조는 지난해 말 관료출신 인사가 신임 행장에 선임된다는 소식을 듣자‘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수석을 지낸바 있는 윤 행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을 강행했고 윤 행장은 취임 초 집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외부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신세가 됐다.

 

국책은행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저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될 당시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3일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행장 취임식도 지연됐다. 당시 노조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시절 독단경영을 하고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추진했다는 이유로 행장 선임에 반발했다. 또 은 행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행된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은 전 행장이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수석 이코노미스트까지 지낸 인물을 낙하산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은 전 행장은 노조와 극적인 화해를 이끌어냈고 선임 5일 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저지 실력행사는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2017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선임되자 노조는 ‘낙하산 인사’ 라고 반대했다. 이 전 행장은 첫 출근길에 계란 세례까지 맞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 전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국민은행에 합류한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수장에 올랐다.

 

특히 이 전 행장이 국민은행에 와서 처음 맡은 직책은 상대적으로 주요 업무 분야가 아닌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기에 논란은 더욱 심해졌다. 노조는 이 전 행장과 같은 금융연구원 출신의 정부 고위인사가 그를 행장으로 적극 밀었다고 주장했다. 갈등 끝에 이 전 행장은 취임 15일 만에 정상적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2012년 선임 직후 노조와의 갈등을 예상하고 출근을 스스로 보류했다. 당시 외환은행은 래리클레인 행장 겸 이사회 의장이 물러남에 따라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따라서 윤 전 행장은 법원으로부터 외환은행 일시 대표이사로 승인받아 행장 직에 올랐다.

 

하지만 이 때 하나금융그룹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인수 후 방향에 대해 대화하는 중이었다. 하나금융은 투뱅크체제를 유지하고 고용보장과 시너지추진단을 통해 양행간 시너지를 극대화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노조측은 강제합병은 있을 수 없으며 독립경영을 주장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윤 전 행장이 선임돼 수장 행세를 한다면 대화를 깨자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이에 윤 전 행장은 “노조와의 화해가 가장 중요하다”며 첫 출근을 스스로 포기하고 하나금융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 밖에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도 2007년 노조의 반대로 취임식까지 무산됐다. 노조는 박 전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20년 넘게 보험과 카드 업계에 몸담아 온 박 전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 비난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신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박 전 행장이 LG카드 사장 시절 구조조정을 담당한 이력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 박 전 행장은 "우리은행은 지난 10년간 계속 인적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노조와 타협을 시도했다. 결국 노사는 극적 타결을 이뤘고 박 전 행장은 당초 예정보다 이틀 뒤에 취임식을 치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