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놓고 지역 학교 선후배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유력한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보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각각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출생으로 같은 호남출신이다. 두 회장은 전공은 다르지만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또한 두 사람은 서울대(윤종규)와 핀란드 헬싱키대(손태승)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공부하는 최고경영자(CEO)다.
윤 회장과 손 회장은 최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해 핵심 경영방침으로 M&A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아 양보없는 경쟁을 예고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간사 골드만삭스는 주요 후보들에게 오는 20일 예비입찰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투자안내문(IM)에서를 보냈다. 알짜보험사로 평가받는 푸르덴셜생명의 인수가격은 2조원 이상이다. 푸르덴셜생명은 무엇보다 자본적정성이 우수하다. 현재 푸르덴셜의 지급여력비율(RBC)은 505.1%로 생명보험업계 1위다. 또 변액보험과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해 고수익 구조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대다수 생명보험사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해왔던 것과 비교된다. 자산 점유율은 2% 내외로 크지 않지만 국공채 등을 활용해 자산운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것도 장점이다.
■ KB금융, 비은행부문 강화 위해 자사주 매입 '실탄확보'
인수에 가정 적극적인 곳은 신한금융그룹과 1위 다툼을 하고 있는 KB금융이다.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리딩 금융그룹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이유는 비은행부문 비중이 신한금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작년 3분기 비은행부문 계열사 당기순이익 비중은 30%로 신한금융(34%)에 비해 4%포인트 낮았다.
KB금융은 특히 생보사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KB생명은 규모가 작고 업계 위상이 낮은 탓에 M&A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이 작년부터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한 효과가 반영되면서 작년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2조~2조5000억에 인수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보는 푸르덴셜생명 인수가와 비슷하다.
KB금융은 M&A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2016년부터 총 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은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지주사 자기자본) 수치를 높여 출자여력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회사의 재무안정성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된 계량지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을 막기 위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아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26%로 상안선인 130%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인수 기업을 100% 자회사로 인수하는 방식인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시행할 때는 자사주를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KB금융이 추가 출자여력은 9000억원 가량이다. 자사주 활용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활용하면 2조 5000억원 넘게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이 예상 외의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다면 KB금융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 우리금융 비은행부문 강화 시급...미약한 자본력은 걸림돌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더 급한 쪽은 우리금융이다. 작년 초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은 현재 우리은행 외에는 이렇다할 실적을 내는 계열사가 없다. 우리은행의 순익이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비은행부문 강화가 절실한 입장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당초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 작년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기업금융(IB) 부문과 우리종금 IB 부문을 합친 CIB 조직을 출범시켜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수 후보군으로 몇 개의 중형증권사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사 매물이 없어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작년 말 증권사 인수에 대해서는 "매물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는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KB금융과 달리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작년 9월 기준 96.61% 수준으로 출자여력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출자여력은 5조원대로 파악된다. 또 작년 11월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여유를 늘렸다.
다만 자본력 자체가 미약한 것이 문제다. 우리금융의 작년 3분기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8.45%로 타 금융지주(KB금융 14.4%, 하나금융 12.3%, 신한금융 11.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인수를 위해 차입을 늘리면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업계는 우리금융이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접촉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작년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손잡았던 MBK파트너스와 다시 협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HK저축은행은 한미캐피탈을 포트폴리오기업 형태로 운용하며 금융업 경헙을 쌓아왔다. 이 외에 금융사 투자에 적극적인 IMM PE도 우리금융의 파트너로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