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경자년(更子年) 새해가 밝은 가운데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둔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눈에 띈다. 특히 1960년 생으로 ‘쥐띠’ CEO인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도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김 사장 이지만 연임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창학 사장은 전임자의 임기가 1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부사장 동기였던 동료들보다 빠르게 승진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김 사장이 정의선 수석 부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단순히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업이 아닌 정의선 수석 부회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이다. 그룹의 최대 쟁점인 정 수석 부회장의 승계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지분은 2.35%에 그치고 있다. 그룹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의 지분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2%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그룹의 ‘회장’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약한 지분으로 승계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많은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다.
따라서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으려 할 것이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의 상장은 공개적으로 시장에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실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창학 사장이 이끄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침체기에 빠져있다. 사측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을 3139억원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빠진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3%가 하락했는데 이는 비상장 대형 건설사 중 3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4%, 4.3% 증가했지만 긍정적인 시그널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내부거래 매출이 전체 매출에 19%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너어링을 통해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건수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으로 조사됐다. 또 2014년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최대재주였던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했을 당시 현대엠코는 일감몰아주기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공정경제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정당국도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일감몰아주기를 엄정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지지부진한 실적 침체에 김창학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이 이뤄진다면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지분을 16.9%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치는 4조원대로 추정된다. 상장을 지금 당장 해도 지분 승계에 있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설은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실적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2019년 4분기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수주 목표 달성은 유력하다며” “건설사의 수주 건은 거치기간을 두기 때문에 사측의 실적 회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