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하얀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12간지 중 첫 번째인 자(子)는 부와 다산, 번영을 상징한다. 또한 활동적이고 역동적인데다 총명한 이미지도 갖고 있다. 또한 예로부터 흰 쥐는 행운이 있다고 여겨진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흰 쥐의 기운을 받아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는 특별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성장세가 주춤했던 금융권은 올해 안정 속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ETV는 경자년 새해를 맞이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전반을 조망한다.
■ 시중은행 수익성 하락 전망에 ‘울상’…위기탈출 모색
지난해 기록적인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험,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은행들은 새해 안정 속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속에서 디지털화를 통해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기준금리를 내린 한국은행은 3개월 후인 10월 역대 최저치인 1.25%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視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3%와 2.2%로 예상했다. 한은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경기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은행들이 올해 수익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NIM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4년 동안 은행 이익 매년 증가했지만 새해에는 5년 만에 이익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롭 보인다”며 “NIM 하락 폭이 커지면서 새해에는 순이자이익 증가율이 1% 내외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예상했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실추된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기업실적 부진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 등으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미리 대응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고객중심 영업체계 구축 및 금융소비자 보호강화’를 올해 핵심 추진과제로 꼽았다.
디지털화도 시중은행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핵심 방안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BIB(Bank In Bank, 은행안 은행)’ 체제 고도화를 추진한다. 내년까지 전 사업 분야에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하나은행 또한 하나원큐 모바일 전용 상품과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오픈 API 기반의 생활금융(자동차‧여행‧헬스) 플랫폼 제휴를 확대해 모바일과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한 세일즈 앤드 마케팅과 채널 최적화 등 디지털 경영을 추진한다.

■ 보험 산업 4년째 저성장…매출 증가율 0% 전망
2017년부터 시작된 보험산업의 저성장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원수)보험료 증가율이 전년 대비 0%로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예상 수입보험료는 20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202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율을 따지면 0%다.
업계별로는 생명보험이 2.2% 감소하고, 손해보험은 2.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수입보험료가 2019년 2.5% 감소, 2020년 2.2% 감소하며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은 2019년 3.8%, 2020년 2.6%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살펴보면 생보의 경우 종신 보험 수요가 감소로 보장성 보험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저축성 보험의 감소세가 지속되는데다가 경기 부진으로 해지·해약 확대 등으로 2.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손보도 원수보험료 증가율은 작년 3.8%에서 올해 2.6%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각각 5.1%, 3.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은 등록 대수 증가, 할인 특약 축소 등으로 0.9% 증가에 그치며 일반손해보험도 경기둔화와 요율 할인 경쟁 심화 등으로 2.8%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 할인 특약 축소 등 증가요인과 온라인 채널 비중 확대 등 감소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수입보험료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해약과 지급보험금 증가, 수익성 악화, 자본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며 “고위험 상품 개발을 지양하고 경제 상황과 인구 고령화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과 위험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기대와 우려 섞인 한국 증시…‘상고하저’ 예측
2019년 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 요인이 혼재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한때 1900선이 무너지는 등 주가지수 반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더구나 올해 초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 합의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데다 국내 경기도 반도체 등 ICT를 중심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예정돼 있는 미국 대선이 최대 변수라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이에 따른 미중 무역협상 추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범위를 1900선에서 최대 2500선 전후가 될 것으로 내대봤다. 지난해와 달리 대체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초 상승장의 최대 변수로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꼽았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2의 무역협상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정상의 서명식을 통해 미중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1단계 합의 이후 2단계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잡음이 발생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은 국내 증시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 미국 대선 판도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상반기 상승 흐름은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불확실성 증대로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엘리자베스 워렌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고 트럼프와 접전양상을 보인다면 정책 방향성 등에 있어서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부분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특히 비메모리 가격 상승 시기가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겨진 만큼 연초부터 상승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