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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추석 때 왜 송편을 먹을까?

- 추석에 먹는 송편은 첫 추수를 감사하고 기뻐하는 의미 담겨

왜 추석 송편은 보름달 모양으로 빚지 않았을까?

추석, 한가위는 민족대명절이다. 추석은 한국인에게만 특별한 명절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도 추석 명절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은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중추절이라고 하며 명절로 지내고 있고 일본 역시 명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추석은 동북아시아 공통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중국, 일본의 추석 음식이 조금씩 다르다. 중국의 경우는 달떡이라고 하는 월병을 먹는다. 일본은 스키미단고라고 하는 보름달 모양의 음식을 먹는다. 중국과 일본 모두 추석에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을 음식에 반영했는데 왜 한국은 달 모양을 닮지도 않은 송편이 추석음식의 상징이 되었을까?

사실 송편은 추석 때만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 3,4,5,6월의 절기 때마다 그 시기에 맞는 송편을 먹었다. 삼짇날, 초파일, 단오 때마다 먹는 송편이 조금씩 달랐다. 다만 추석 때의 송편은 그 해의 수확을 감사하고 햇곡식을 빻아 송편을 만들었기에 다른 절기보다 감사와 기쁨의 의미가 컸다. 한국의 추석음식인 송편은 보름달과 상관없이 추수감사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송편은 왜 솔잎으로 찌는 걸까?

송편은 솔잎으로 찌기 때문에 송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솔잎으로 찌는지 정확하게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떡을 솔잎에 찌는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데 떡에 솔잎 향기가 베어들면 맛도 좋아지고 보관도 오래할 수 있다.

음력 8월 15일이면 아직 한창 더울 때이다. 음식이 쉽게 변할 시기이기에 떡을 솔잎에 싸서 변질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 우리 선조들의 지혜였다. 정조임금도 여름철 콩떡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송편으로 준비하라고 ‘홍제전서’ 라는 책에 지적해 놓았다.

또한 예로부터 소나무는 건강에 좋다고 했다. 고려 문인 이규보는 “소나무 기름을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는데 버섯이 솔잎 향기를 머금었으니 어찌 약이 아니냐” 며 송이버섯을 극찬하기도 했다.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의 하나이다. 옛날 신선들도 늙지 않는 약으로 솔잎과 국화를 복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소나무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나는 소나무를 제일로 쳤다. 이렇게 몸에 좋은 소나무의 솔잎으로 떡을 싸서 솔향이 베어나게 하니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송편이 명절음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솔잎의 기능들

송편을 감싼 솔잎의 기능은 참 다양하다. 솔잎은 송편끼리 엉겨 붙는 것을 막아 본래 모양을 유지해 준다. 또한 솔잎향이 은은히 배어 송편 맛을 더 좋게 하고, 떡 표면에 솔잎 무늬가 새겨지면 보기에도 좋다.

송편이 잘 상하지 않게 하는 것도 솔잎 덕이다. 식물은 저마다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피톤치드(phytoncide)' 라는 분비물을 내뿜는데, 솔잎에는 살균력이 강한 테르펜과 산화를 억제하는 피크노제놀이란 피톤치드가 들어 있어 방부 효과를 낸다.

샘표식품 요리교실 지미원(知味園)의 이홍란 원장은 "송편의 향과 맛을 더하고 쉽게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솔잎은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의 산물"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나무 병충해가 극성이어서 솔잎을 무턱대고 채취하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 같다. 산림청에서는 병해충을 막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전국 6만7000㏊의 산림에 방제약을 주사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 주사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소나무의 솔잎에는 농약 성분이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편용 솔잎이 필요하면 홈플러스,롯데마트, GS수퍼마켓 등에서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조개송편, 꽃송편, 호박송편, 도토리송편 등 다양한 송편들

예로부터 송편은 지역에 따라 재료와 모양이 달랐다. 주로 각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평안도 해안지역에선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개모양의 송편을 빚었다. 검은 깨를 갈아 멥쌀과 섞어 만든 조개송편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 조개 문양을 냈다고 한다.

송편을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었던 전라도에선 영양가 높은 꽃송편을 만들었다. 오색 떡 반죽으로 송편을 만들어 윗부분에 꽃잎 모양을 낸 꽃송편은 황, 적, 흑, 백, 녹의 전통 오방색을 사용했다. 호박과 오미자, 검은콩, 마, 연잎 등으로 오방색을 만들어 송편을 꾸며 만들었으며 탄수화물이 적고 영양가가 높아 최근엔 건강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충청도에선 단호박을 이용한 호박 송편을 빚었다. 삶은 단호박을 멥쌀과 섞어 반죽해 호박 모양으로 만들어낸 호박 송편은 만들기도 쉬워 최근엔 간식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도토리와 감자가 주요 작물이었던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과 감자 송편을 만들었다.

도토리 가루와 멥쌀 가루를 섞어 만든 도토리 송편은 단백질과 수분 함량이 많고 배앓이에 좋아 추석 배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송편을 겹으로 빚어 보는 맛과 먹는 맛을 살린 겹송편도 나와 있다.

올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어보는 건 어떨까? 남자들도 같이 솜씨를 뽐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명절에는 음식을 많이 준비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저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 한 두가지로 그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도 남녀의 구분 없이 같이 만들고 같이 먹어야 한다. 한가위는 한 두 사람만 즐기는 명절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명절임을 명심하자. 송편의 유례와 종류들을 되돌아보며 추석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송편 이외의 추석음식들]

1. 누름적(꼬치전)

누름적은 누르미에서 유래하였는데, 누르미는 고기를 익힌 다음 걸쭉한 즙(汁)을 끼얹은 음식이다. 이것이 재료를 익혀서 꼬치에 꿰는 음식으로 변하여 누름적이 되었다. 누름적에는 도라지를 주재료로 하는 화양누름적과 채소·육류·어패류 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잡누름적이 있다. 이밖에 밀가루와 달걀같은 것을 씌워 번철에 지지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을 지짐누름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2. 박나물

포채(匏菜)라고도 한다. 박을 굳기 전에 따서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후 나머지 부분을 굵게 채썰거나 얇게 저며 끓는 물에 데친다. 쇠고기는 곱게 다져 갖은 양념을 한 다음 데친 박을 넣어 함께 볶으면서 나머지 양념을 더하고 파도 굵게 채썰어 섞는다.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나 깨소금을 뿌린다.

3. 삼색나물

흰나물, 갈색 나물, 푸른 나물을 함께 담는 것은 나물요리를 담는 방법의 기본형이다. 마른고사리는 삶아서 물에 불려 억센 줄기는 잘라버리고, 도라지는 가늘게 찢어서 소금으로 주물러 씻어 쓴맛을 뺀다. 시금치는 다듬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행궈놓고, 파 ·마늘을 다져 양념장을 만든다. 다듬어 놓은 고사리에 양념장을 치고 주물러서 간이 고루 배게한 후 참기름을 번철에 두르고 고루 저으며 볶는다. 도라지는 기름에 볶다가 소금 ·파 ·마늘을 넣고 잠깐 볶은 다음 물을 약간 붓고 뚜껑을 덮어 익힌다. 시금치는 4∼5cm 길이로 잘라 양념장에 무친다. 한 접시에 3가지 나물을 옆옆이 담고 깨소금과 실고추를 뿌려서 낸다.

4.산적

기본재료에 따라 육산적·어산적·잡산적 등으로 크게 나누는데, 쇠고기와 버섯은 어떤 종류의 산적에도 기본재료로서 첨가한다. 육산적은 주로 연한 쇠고기와 버섯·대파 등을 꿰어서 만들며, 고기산적·간산적 등이 있고, 어산적은 흰살생선의 뼈를 발라내고 살만 포를 떠서 다른 재료와 함께 꿰어 굽는데 사슬적이라고도 한다.

5. 녹두빈대떡

한국 어느 지방에서나 흔히 먹는 고유한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이 고장마다 조금씩 다르고, 이름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잔칫날에는 필수적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는 녹두를 미지근한 물에 담가 3시간 가량 불리고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껍질을 체에 얹어서 물을 밭치고, 다시 그 물로 녹두를 비벼야 차지고 맛있게 된다. 새 물을 자주 갈아 넣으면 빈대떡이 석거려서 맛이 없다.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