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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글로벌 점프업]<1>신남방 행진 '앞으로'...은행, 동남아 금융지형 바꾼다

 

[FETV=유길연 기자] 국내 금융사들은 올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 제조대기업을 위한 조연이 아닌 '한국금융' 을 수출하는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외환위기 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킨 금융사들은 국내 시장이 좁다고 판단했다.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는 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를 추진한 결과 베트남 시장에서는 해외 유명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해외점포수도 2002년 103개에서 2018년 189개로 빠르게 늘었다. 

 

금융의 '한강의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이 기회의 땅이다. 지난해 굵직한 인수합병 및 투자 소식이 들려오면서 분위기는 한껏 높여진 상태다. 한국 기업의 전매특허인 수출에 온힘을 기울인다면 세계 유수 글로벌 은행과 경쟁할 국내 은행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작년 은행들은 국내 시장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국내 경기침체와 은행 간의 과대경쟁, 그리고 저금리 기조의 유지 때문에 더 이상 국내 시장만으로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작년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이자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의 단순 산술 평균치는 1.56%로 지난해 같은기간(1.60%)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4대 은행 모두 NIM이 하락했다. 

 

동남아 시장은 은행들의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고공 성장의 대표 국가인 베트남에서 은행의 NIM은 3.5%에 이른다. 한국의 2배가 넘는 셈이다. 가계나 기업 대출 모두 금리가 10%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동남아 시장이 4대 시중은행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동남아 금융지형을 완전히 바꿀 예정이다. 

 

■ ‘꼴찌의 반란’...국민은행,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업 인수해 반전 노린다.

 

동남아 시장 확장에 가장 먼저 드라이브를 건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업(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프라삭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캄보디아의 ‘알짜’ 소액대출업체다. 2019년 기준 캄보디아 MDI 시장 점유율이 41.4%로 압도적 1위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 중에서도 대출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지분인수에 투입된 액수는 6억340만 달러(약 7020억원) 규모다. 작년 7월 KEB하나은행이 베트남 1위 은행 BIDV의 지분 15%를 1조249억원에 인수 이후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 규모 투자다. 국민은행은 잔여지분 30%는 2년 이후 취득할 계획이다. 또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시켜 지점 확대를 통해 규모를 더 키운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해외 사업에 있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130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인 신한은행(1893억원)의 10분의 1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이에 허 행장은 작년 11월 1년 연임 확정 후 “글로벌 사업이 은행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한 10%는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글로벌 영토 확장’과 ‘사업 다변화‘ 전략도 세웠다. 우선 사업 진출 국가를 늘리고 이미 진출한 나라에서는 지점을 확충하며 지리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부문의 자산을 늘려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그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이 국내 기업에 금융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러한 허 행장의 ‘투 트랙’ 전략에 있어서 인수 ·합병(M&A)이 핵심적인 방안이다. 해외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 국민을 상대로 한 영업인 만큼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이다. 국민은행의 프라삭 인수는 허 행장의 연임 임기 동안 행해질 해외사업 확장의 신호탄인 셈이다. 

 

허 행장은 목표달성을 위해 올해 적극적인 M&A를 통한 동남아 시장의 영향력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M&A는 국민은행의 글로벌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서 비교적 규모가 큰 건수다”라며 “앞으로도 동남아 시장에서 추가적인 M&A 여부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1위는 우리 것"...신한은행, 베트남 중심으로 해외부문 ‘리딩뱅크’ 자리 수성 예약

 

시중은행 해외법인 순익 1위인 신한은행도 새해부터 동남아 사업 확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작년 말 “베트남 등 기존에 진출한 나라에서 내실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전제 하에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해외법인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이에 신한은행은 새해 시중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을 중심으로 신한인도네시아은행과 신한캄보디아은행으로 이어지는 ‘신남방 벨트’를 강화한다. 작년 현 정부가 발표한 ‘신남방 2.0’에도 부합하는 전략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작년 분3기 누적 순익은 943억원으로 지난 2018년 순익(950억원)에 육박한 실적을 거뒀다. 연 1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는 첫 국내 은행 해외법인이 될 게 확실하다. 신한은행유한공사(267억원)에 비해 3배가 넘는 기록이다. 또 신한베트남은행은 36개의 영업점에 1800명에 이르는 직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현지법인을 더 성장시켜 ‘베트남에 신한은행을 하나 더 세운다’는 계획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를 포함해 2~3년 내에 점포를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추가적인 M&A도 검토중이다. 분위기도 좋다. 박항서 베트남국가대표팀 감독이 호치민 전 국가주석에 비견될만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덕분이다. 박 감독은 신한베트남은행 광고 모델이다. 

 

신한은행은 캄보디아에서도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12월 신한은행은 캄보디아의 모빌리티업체 엠블(MVL)과 함께 전자지갑 서비스를 출시해 간편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한은행은 이번 전자지갑 출시를 현지 법인인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소매금융(리테일) 서비스의 확장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전자지갑 사용처 확대 등을 통해서다. 

 

■ ‘절치부심’...KEB하나은행,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겨 반등 노린다 

 

하나은행은 올해 해외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시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법인 실적 2위자리를 유지했지만 작년 3분기에 우리은행에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중국통’으로 해외사업 전문가이기 때문에 자존심을 구겼다.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큰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실적이 크게 줄었다.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작년 3분기 순익은 309억원으로 1년 전(669억원)에 비해 절반 아래로 크게 줄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글로벌 사업의 무게추를 동남아로 옮겼다. 작년 베트남 자산 1위 은행인 BIDV의 지분 15%를 취득하는데 1조원이 넘는 통 큰 투자를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BIDV는 증권사, 리스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은행이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총자산 66조3000억원, 순이익 380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베트남에서 수익 다각화를 통해 사업을 크게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BIDV는 대출자산의 70% 이상이 기업대출이어서 관련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영업 기반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BIDV는 베트남 전역에 지점과 사무소 1000여 곳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만8000여 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베트남 이외의 동남아 지역의 점포를 대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인 채용을 확대해 기존의 국내 은행이 보였던 현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 영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 인프라 충분...우리은행, 해외 네트워크 1위 ‘성장 준비 끝’

 

우리은행도 올해 동남아 시장을 통해 글로벌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부문의 강점은 ‘네트워크’이다.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26개국 463개에 달한다. 전 세계 은행 중 20위권이다. 이러한 연결망 효과는 작년 실적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순익은 904억원으로 하나은행을 꺾고 시중은행 2위로 올라섰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 해외 부문의 순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목표를 위한 핵심 지역은 동남아이다. 작년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가운데 베트남우리은행과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작년 3분기 베트남우리은행의 누적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어난 102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웰스뱅크필리핀도 작년 3분기 900만원에 그쳤던 순익이 1년 후 3억39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의 동남아 행진에 핵심지역은 단연 베트남이다. 작년 10월 우리은행은 베트남 다낭에 베트남우리은행 다낭지점을 개점한 바 있다. 특히 베트남우리은행 다낭지점 개점은 작년 외국계 은행 중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초로 지점 추가 인가를 받은 사례다. 우리은행이 베트남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관계를 쌓은 결과로 풀이된다. 

 

베트남 당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매년 5개 내외의 지점을 확대해 내년까지 20개 이상의 베트남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점 추가 지역은 비엔화·사이공·빈푹지점 등 베트남 내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은행은 올 3월 베트남 현지 이용환경을 토대로 한 모바일뱅킹을 출시한다. 휴대폰을 흔들어 거래하는 방식의 ‘모션뱅킹’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