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조직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임기 3년째를 맞아 안정의 토대 위에서 경영 목표를 달성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20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가 이달로 임기가 종료돼 인사 대상자다. KB금융 CEO는 2년 임기에 1년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관행이다.
금융권은 윤 회장이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가 내년 11월에 끝나는 시점에서 모험을 택하지 않고 마무리해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금투업계 최초로 박정림 대표를 KB증권 CEO로 임명해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에 여자 대표를 임명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올해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 가운데 국민카드 인사가 핵심이다. 업계는 이 사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임기 중 호실적을 이끌어내면서 국민카드를 ‘효자계열사’로 올려놓았다. KB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이는 KB증권(2247억원)과 KB손보(2339억원)보다 큰 규모로 그룹 내 비은행부문 계열사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사장은 특히 자동차할부 금융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국민카드의 올 상반기 자동차할부 금융에서 전년 동기 보다 68.0% 증가한 32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해외 첫 자회사 캄보디아 ‘KB대한특수은행’이 10개월 만인 올해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하며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중 단기간의 성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KB손보 인사는 양 대표가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양 대표는 지난 2015년 말에 지휘봉을 잡아 2년 임기 후 2번 연임에 성공해 총 4년 동안 사장직을 맡았다. 양 대표는 임기 중 내실을 강화한 가치경영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자동차보험 사이버마케팅(CM)채널 강화 등 미래 성장 발판 마련에 힘쓴 결과 KB손보가 손보업계 ‘빅4’ 자리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올해 실적 하락은 연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KB손보는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2339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1476억 원)에 비해 약 10% 줄었다. 보험업계가 전체적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사장 교체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양 대표는 윤 회장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터워 연임에 실패해도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KB생명도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린 허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B생명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8%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누적 순이익이 각각 15%, 20.2% 줄어든 것을 고려했을 때 선방한 셈이다.
KB저축은행 신 대표도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기 동안 신 대표는 저축은행 디지털 고도화에 주력한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호실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윤 회장이 젊은 피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연임 확률을 높이고 있다. 조 대표(62년생)와 이 대표(66년생)는 그룹 계열사 CEO 중에서도 ‘젊은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