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오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 부회장의 재수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총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미래 신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을 진행한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정식 출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은 이날 법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말 3마리‧후원금' 성격 최대 쟁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 구입비용과 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말 3마리 구입대금 34억1797만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액수가 당초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대법원은 말 3마리 구입액에 대해 “뇌물은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법률상 소유권까지 의미하는 것 아니다”라며 “최순실이 말 소유권 명의를 왜 삼성으로 했냐고 화를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말의 처분권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또한 “삼성은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통해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영재센터 지원은 승계작업 현안에 대한 대가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액수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집행유예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심이 대법원 판결을 유지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형량도 2심과 달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실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전원합의체에서도 이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이 나온 만큼 파기환송심에서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작량감경에 나서 형량 감소 또는 집행유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앞서 지난 17일 대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대법에서 7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받았지만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 측 또한 재산국외도피죄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점, 횡령금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을 감경 사유로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 운명 좌우할 중대 사안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의 거취는 물론 삼성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리더십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삼성물산 건설 현장 방문에 이어 일본과 인도 등으로 출장을 떠나 현재 재계 관계자는 물론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에도 나서는 등 등 광폭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도 물러나는 이 부회장은 당분간 총수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판결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총 13조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삼성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불구하고 현지 이동통신업체와 5G 장비 공급 계약에 성공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장기 공백은 삼성의 핵심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속도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총수 부재로 인해 삼성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