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현장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 활동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최근 일본(이재용)과 미국(최태원‧정의선)으로 건너가 현지 경영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날 저녁 일본으로 떠났다.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9 럭비 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 참관을 위한 것으로 럭비 월드컵 조직위원회 회장인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게이단렌 명예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회식 참석에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20일) 오전 삼성전자 일본법인 경영진으로부터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중장기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은 올해만 이번에 세 번째다. 지난 5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NTT도코모, KDDI 등 현지 양대 이동통신사 경영진을 만났으며 지난 7월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급히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 후지오 캐논 회장을 비롯해 일본 메가뱅크, 반도체, 통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SK워싱턴 지사를 방문해 ‘SK 나이트(SK의 밤)’ 행사에 참석하며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현지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며 “SK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미국 사업 확대와 파트너십 강화를 내세웠다.
특히 최 회장은 이날 “지난 20년간 요즘처럼 지정학적 위험이 비즈니스를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것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위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 등 전례없는 글로벌 경영 악화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워싱턴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뉴욕으로 건너가 세계시민상 시상식과 만찬에 참석한다. 이어 역새 수상자인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등을 만나 글로벌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3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시장 상황을 직접 살펴보고 신규투자 문제 등을 챙겨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 일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간과 일부 겹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을 앞두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직접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 문제에 대한 현대차그룹 입장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 소수의 임원이 미국으로 건너가 일정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 2억9200만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도 강조하는 등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달 초 발생한 현대글로비스 소속 차량 운반선 사고와 관련해 24명의 인면 전원을 구조한 미국 해안경비대 측에 감사의 뜻을 전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