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조성호 기자] 삼성전자가 격화되고 있는 한일갈등 속에서도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는 ‘파운드리 포럼’을 예정대로 일본에서 개최했다.
최근 대법원의 국정농단 선고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 강행은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흔들림 없는 경영활동 등 ‘뚝심경영’을 통해 위기탈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4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 인터시티홀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재팬’을 개최하고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과 이를 통해 양산 중인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또한 7나노미터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솔루션과 함께 EUV 전용 공장인 화성 캠퍼스를 소개하는 등 '초격차' 반도체 기술력을 과시했다.
포럼에 참석한 정승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해 고객 파트너사들과 투명하고 신뢰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그 활동은 변함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는 위기가 오면 이를 극복해왔다”면서 “앞으로 어떤 위기가 와도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위기가 와도 반드시 극복하고 고객사에게 그 믿음을 드리겠다”는 이 부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8월에는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도 제외하는 등 잇따른 경제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전략을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주요 국가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하고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과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포럼을 통해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관계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포럼 강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비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한 달 사이 이 부회장은 전국의 반도체 사업장을 둘러보며 현장경영 행보에도 적극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국정농단 상고심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이번 포럼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흔들림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 분야와 최첨단 생산인프라 구축에 각각 73조원, 60조원의 등 총 13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1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도 추가로 채용하는 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대법원이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모두 뇌물로 판단하고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지루한 법적 공방에 나서게 된 상황이다. 파기환송심에서도 이를 인정할 경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크게 늘어나게 돼 1심에서처럼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이번 대법원 선고에서 경영권 승계 혐의가 일부 인정됨에 따라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소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 활동에도 차질이 불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포럼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자신감과 초격차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라면서 “이번 일본에서의 포럼 강행은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가 여러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임직원들의 불안감 해소와 나아가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굳건한 경영 의지를 담은 메시지 전달 등 여러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