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조성호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끝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은 현안 점검과 대비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후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백홍주 TSP(테스트&시스템 패키지)총괄 부사장 등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CEO)과 함께 충남 아산의 온양사업장에 방문하며 현장경영을 강화했다.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후(後)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곳으로 반도체 패키지의 개발과 생산, 테스트, 제품 출하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이 곳 사내 임직원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디바이스솔루션(DS) 주요 사업군별 개발실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분야에서의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온양에 이어 평택 사업장(메모리)과 기흥 사업장(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아산 탕정 사업장(디스플레이) 등을 순차적으로 돌아볼 계획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 또한 지난 5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최 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협의회가 진행되기 때문. 사태가 중대한 만큼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16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일본 수출규제로 예상되는 타격과 대응책을 분석하고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최고경영진들로부터 일본 규제와 환율 문제 등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일본 수출규제가 현실화되자 일본 출장길에 올라 현지 공급망 점검과 수급안정화 방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구광모 LG 회장도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현안 점검과 동시에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하는 유니클로와 아사히 맥주 등이 이번 불매운동에서 직접적인 타깃이 되면서 계열사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 또한 주요 경영진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