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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시장 분석6] 늘만나식품 '신뢰' 무기로 B2B시장 공략…학교 급식시장 변화에 대처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전통발효식품으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되며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소장 박완수)에서 김치 시장과 산업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푸드TV뉴스는 김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세계김치연구소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김치 시장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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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에서 발간한 ‘2015년도 김치산업동향’에 따르면 국내 김치 제조업체의 수는 약 900여개로 김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치제조업체 가운데 매출액 50억원 이상 최근 5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공한 기업을 ‘성공한 중소 김치 제조업체’로 선정해 CEO 인터뷰를 실시해 성공 사례를 분석했다. 전략적 시사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는 위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성공 사례에 포함했다. 성공 사례 유형은 B2B시장 공략, B2C시장 공략, 글로벌시장 공략으로 구분했다.

늘만나식품 김치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치 업계에서는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업체가 있다. 바로 ‘늘만나식품’이다. 늘만나식품을 비슷한 규모의 다른 김치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이곳에만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문 영업 인력이다.

늘만나식품은 별도로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나 인원이 없다. 뛰어난 품질의 김치를 생산하는데 집중했더니 입소문을 듣고 김치 유통 업체에서 먼저 거래 문의가 들어온다. 지난 2001년 창업해 뛰어난 품질이 곧 영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한 늘만나식품은 성공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김치생산 시행착오 후 노하우 습득

권인순 대표의 늘마나식품 사업 초기는 김치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기였다. 늘만나식품 설립 후 인수한 공장에서 김치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자 권인순 대표는 김치 제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김치 종류별로 레시피를 매뉴얼화해 누구나 권 대표가 직접 김치를 담글 때와 같은 맛을 내는데 집중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검증이 되지 않은 업체에게 속아 불량 배추를 구매한 적도 있었다. 대리점 말만 믿고 제품을 공급했다가 부실채권이 되어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권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신뢰’를 사업의 가장 우선 가치로 삼게 됐다.

고객에게는 원부자재 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품질의 김치를 지속적으로 공급했다. 거래처와는 한번 약속한 부분은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지켰다. 권 대표는 제품이 아니 라 신뢰를 판매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손해가 날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이익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에 보답을 하듯 시간이 지나 고객과 거래처에게 약속을 지키는 기업으로 업계에 알려지면서 늘만나식품의 좋은 평판은 고객과 거래처를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학교 급식 시장 집중 공략

늘만나식품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면서 생산량을 높이고 노후 설비를 최신 설비로 교체하기 위해 지난 2005년 공장을 신축하게 됐다. 공장을 확장하면서 HACCP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도 함께 했다. 현재 배추김치 제조업체의 경우 HACCP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당시에는 중소김치업체 중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가 많지 않았다. 권 대표는 HACCP 인증을 받게 되면 식품의 안전성과 위생이 중요한 학교 급식 등 B2B 비즈니스에서 경쟁사와 차별된 경쟁 우위 요소를 점할 수 있다며 중소 김치 업체 중에서 거의 최초로 HACCP 인증을 받았다.

예측은 정확했다. 당시 학교 및 공공기관 등에서 HACCP 인증을 받은 김치 업체에게 입찰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었다.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가 많지 않았었기 때문에 늘만나식품은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권 대표는 학교에 김치를 납품하게 되면서 학교 급식 시장에 대한 기회를 발견했다.

학교 급식은 김치를 취식하는 대상이 학생이기 때문에 다른 B2B시장에 비해 김치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가격 외에도 얼마나 안전한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고려 요소였다. 늘만나식품은 국내산 원부자재를 사용한다는 것과 당시 HACCP 인증을 받을 정도로 안전하고 뛰어난 품질의 김치를 생산하는 것이 강점이었다. 시장 매력도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학교 급식 시장은 다른 B2B시장과 비교해도 시장 규모가 큰 편이다. 주로 경쟁 입찰을 통해서 김치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제품이 좋다면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부 족해도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시장 매력도와 자사 강점을 고려했을 때 학교 급식 시장은 늘만나식품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판단됐다.

권인순 대표는 대리점과 협업해 학교 급식 시장을 확대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별도의 영업 활동 없이도 식자재 유통 업체에서 먼저 문의가 들어오거나 대기업에서 OEM 생산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늘만나식품은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2013년 기준 종업원 수 40여 명과 매출액 74억원을 달성했다. 10여년전 권 대표가 직접 김치를 담가 시장에 판매할 때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이었다.

늘만나김치 천안 공장 자료:세계김치연구소
늘만나김치 천안 공장 자료:세계김치연구소

‘위기,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중 2014년 늘만나식품에 고비가 찾아왔다.

당시 늘만나식품을 비롯한 많은 업체에서 지하수를 사용하여 김치를 세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하수를 사용하는 전북지역 김치업체에서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늘만 나식품의 제품은 노로 바이러스 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나, 상당수의 학교 급식 정책이 ‘상수도를 사용하는 김치 업체 계약’으로 바뀌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많은 수의 학 교 급식 거래처가 끊어지는 등 손실이 발생하였고, 새롭게 설비를 교체할 필요도 있었다. 이 때 권인순 대표는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 적극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권 대표는 상수도 설비 교체 대신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천안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첫 번째 이유는 향후 B2B 비즈니스에서 생산 역량이 기업의 성장을 결정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최대 3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천안의 입지적 특성이 공장 이전의 두 번째 이유였다. 이전에는 포천 지역에 생산 공장이 있었고, 수도권이 가장 큰 상품 김치 시장이었기에 주요 거래처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 수도권 외 국내 전 지역으로 영업망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천안을 거점으로 해,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권인순 대표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타성에 젖어 있었다.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 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했던 것이 늘만나식품이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인데,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매출이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변화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인순 대표는 천안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2015년 7월 공장 신축을 완료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양주 지사 및 물류창고를 설립해 수도권 지역의 거래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권 대표의 대처는 어려운 순간에 오히려 중장기적 관점의 건설적인 투자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는 여전히 학교 급식이 매출의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경로로 매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늘만나식품은 대기업 식자재 업체,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 시장 개척, 그리고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한 B2C시장 진출 등 다양한 유통 경로 확대를 고려하고 있고 몇몇 계획은 실행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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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