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광원, 김윤섭 기자] 대한민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공시한 자료에서 올해 1분기 매출액 52조원, 영업이익은 6조2000억을 기록했다. 이는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61조원)보다 14.1% 감소한 규모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10조원)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 기록인 지난해 3분기(18조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다.
LG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LG전자는 동기 매출 14조9159억원에 영업이익 8996억원이 올랐지만, 매출은 지난해(15조원)보다 1.4% 감소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던 1년 전(1조원)보다 18.8% 줄었지만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전분기(757억원)의 11배 이상에 달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8000억원)을 상회한 성적이다. 올들어 미세먼지 악화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3년 만에 적자가 예상된다. 얼마전 언론에서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60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디스플레이 부진까지 겹쳐 국내 수출 상황은 참담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결국 국내 산업의 근간인 4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모두 새해 1분기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20%를 넘었지만, 반도체 가격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엔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최근 들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 주요 그룹의 상황들이 악재를 겪는 가운데, 각 그룹 대표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매출평가 10일전 이례적으로 ‘어닝쇼크’를 고백하기도 했다. 이같은 '자진 고백'의 배경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도이다.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SK하이닉스의 분기 이익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결과일 수도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작년 12월, 2019년 업황 전망과 관련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했다. D램 가격 하락 수준에 비해 선방했다는 의미이다. 즉, 현재까지 고공행진이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국내 경제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의 부진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작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해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녹록치 않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 2조6994억원이었던 국내 본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2조163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부진은 올해 본격적으로 그룹 전면에 나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 3월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얼굴이 됐다. 삼성그룹과 함께 대한민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강력한 엔진을 맡게 된 것이다. 작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정의선 친정 체제’ 구축을 마무리하고 올해 들어 기업문화 혁신에도 고삐를 쥐고 있는 ‘정의선표’ 리더십이 추락하고 있는 그룹에 날개를 다시 달아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