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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면세업계, 언제까지 ‘따이궁’에 의존할 것인가

[FETV=박민지 기자] “작년 한국 면세사업의 뷰티 제품 매출 절반은 따이궁(보따리상) 몫이다. 한국 면세시장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이나 마찮가지다”

 

찰스 첸 중국 국영 면세점업체인 CDFG(China Duty Free Group) 회장이 컨퍼런스에서 한 발언이다. 이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면세업계를 무시하는 일종의 폄훼성 발언이기도 하다. 그의 발언이 다소 불쾌하고 언짢게 들릴 수 있지만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게 우리 면세점의 현실이다. 

 

그의 말대로 실제로 한국 면세점들은 중국 따이궁에 의해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면세 매출은 1조7116억원으로 월매출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3대 면세점의 전체 매출 중 따이궁 비중은 무려 70%에 이른다.

 

따이궁들은 2017년 3월 중국 사드보복이 시작된 후로 활발해졌다. 중국정부는 사드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 정책을 펼쳐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격히 줄었다. 따이궁들이 한국 화장품, 홍삼 등을 ‘싹쓸이 쇼핑’으로 구입한뒤 중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판매하거나 소매점에 넘기는 경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시장 규모만 작년 한해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국내 면세업계가 따이궁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이유는 따이궁 유치를 위해 면세업체간 송객 수수료 ‘출혈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여행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1조3181억원이다. 전년 대비 14.8%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새로 오픈하면서 수수료율이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는 사실상 이익을 낼 수 있는 마지노선을 훌쩍 뛰어넘는 과도한 비율이다.

 

국내 면세점은 따이공을 위한 도매업체가 아니다. ‘진정한’ 면세사업은 쾌적한 쇼핑환경 제공을 통해 외화를 취득하고, 국내 관광산업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현재 면세업체간 출혈경쟁은 중국 보따리상에게만 수혜가 돌아갈 뿐이다. 따이공은 관광객이 아닌 한국 인기상품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대리구매상’ 형태로 진화했다.

 

면세사업은 현지 여행업체에 거액의 인센티브를 주고 따이공 유입을 늘리는 인해전술식 사업이 아니다. 국내 면세업계의 이러한 경영은 면세점사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무색하게 한다. 국내 면세업계는 따이궁만 바라보며 상품을 판매하는 '따이궁 바라기식' 영업전략을 벗어던져야 한다. 따이궁에 의존하는 매출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수익구조와 경쟁력 등을 갉아 먹는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매출의 40% 상당가 수수료로 빠져 나간다는 것은 사실 이를 예고하는 전주곡이나 다름 없다.  

 

따이궁에 대한 중국 정부 규제에 마냥 울고 웃을 순 없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면세업계는 지금부터라도 따이궁이 중국 규제 등에 대비한 내실 있는 성장을 준비해야한다. 고율의 수수료를 앞세운 따이공 유치보다는 순수 관광객의 비중을 늘리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중심의 면세시장을 동남아와 유럽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면세점에 주홍글씨를 새길 순 없다. 면세점업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따이궁 문제는 정부와 면세업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한다. 외화내빈의 수렁에 빠진 국내 면세점, 지금부터라도 살려야한다. 관광산업을 책임지는 해당 정부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