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증시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증권사들은 전반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경우 은행 중심 수익구조를 보완하는 비은행 부문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는 상위 3개 증권사가 격차를 본격적으로 벌리기 시작한 시점으로도 읽힌다. 실적 규모부터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0% 가까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기간 9255억원에서 1조5829억원으로 71% 늘었고, NH투자증권 역시 6866억원에서 1조315억원으로 50%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인가를 받았고, NH투자증권도 승인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IMA를 두고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일각에서는 자금 이동을 촉진할 변수로 보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수익 기반 강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대표 연임 수순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성환 대표를 차기 후보로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김미섭·허선호 공동대표 체제를 무리 없이 주주총회에서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NH투자증권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 대표의 연임 후보 확정 소식이 전해진 날 NH투자증권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게시했지만, 안건에는 사내이사 선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윤병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대표이사 체제 변화와 관련한 논의를 거친 뒤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표 선임 논의는 주주총회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윤병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된 데다 IMA 도전 역시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고 사고 수습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지주사 차원의 부담 요인까지 겹치면서 윤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변수는 오히려 커진 분위기다. 안정적인 경영 연속성을 고려하면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정부가 농협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지주사를 둘러싼 부담을 의식해 내부적으로 대표 연임 결정을 늦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윤 대표가 이끌어낸 실적 개선 폭을 감안하면 완전한 교체보다는 공동대표 체제로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도 있다. IMA 인가 이후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윤 대표의 연속성을 일부 가져가면서도 부담을 분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적 개선과 IMA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대표 인선은 지주사 차원의 부담과 메시지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성과를 내고도 결정적 순간에는 그룹 전체의 기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계열사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