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정한 거래와 상생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난해 각 산업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를 비롯한 거래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TV가 하도급법 공시를 통해 산업계 전반의 하도급 대금 결제 실태를 짚어봤다. |
[FETV=이신형 기자] 지난해 하반기 HD현대 계열사들의 하도급 대금 결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급 속도에서 계열사별 온도차가 드러났다. HD건설기계는 단기 지급 비중이 높았지만 일부 60일 초과 지급이 발생하며 ‘신속 지급’ 측면에서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HD현대 반기보고서와 공정위 소관 하도급 공시를 종합하면 HD현대의 주요 상장 계열사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 9개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합병으로 소멸된 HD현대미포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제외하면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 주요 계열사는 총 7개사로 집계됐다.
지급 규모 측면에서는 조선 부문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HD현대중공업의 하도급 지급액은 2조8223억원으로 그룹 내 최대 지급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HD현대미포와의 합병 효과와 글로벌 조선 호황이 맞물리며 협력사 거래 규모가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어 글로벌 전력기기 교체 수요 증가로 실적 호황을 맞은 HD현대일렉트릭이 5369억원의 지급액을 기록해 뒤를 이었고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합병을 마친 HD건설기계가 1324억원으로 집계되며 핵심 제조 계열사 중심으로 협력사 영향력이 큰 구조가 확인됐다.
‘현금 위주 지급’이라는 법적 취지 측면에서는 HD현대 계열사 전반이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 계열사가 현금성 결제율 100%를 유지하며 어음 중심 지급 구조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실제 현금 결제율 역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가장 현금 결제율이 낮았던 HD건설기계 역시 85.04%를 기록해 협력사의 유동성 확보에서 안정적인 지급 관행이 자리 잡았다.
다만 ‘지급 속도’ 측면에서는 계열사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각각 1~15일 중단기 지급이 71.98%, 94.38%로 나타나 대금 수령 이후 협력사로 빠르게 자금이 이전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대금 지급 규모가 가장 큰 2사임에도 단기 지급 중심 구조를 유지했다.
HD건설기계의 경우 10일 이내 단기 지급 비중이 82.12%로 전사 가운데 가장 높았으나 60일 초과지급이 1.49% 발생했다. 단기 지급 비중이 압독적으로 높은 구조 속 일부 거래에서 정산 시점이 길어지며 지급 편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법 취지가 신속 지급을 통한 협력사 자금 부담 완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지급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마린엔진 역시 0.02%라는 일부 60일 초과지급이 발생했으나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30일 이내의 중기 지급이 96.32%로 비교적 우수한 지급 기간을 보였다.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마린솔루션 등 해양 서비스 2사의 경우 31~60일의 장기 지급 비중이 각각 39.74% 97.38%에 달해 HD현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미흡한 지급 속도 관행이 확인됐다.
결국 HD현대의 하도급 결제 구조는 ‘현금 지급의 질’과 ‘지급 속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현금성 결제율 100%라는 점에서는 협력사 친화적 구조가 정착됐지만 사업 특성과 합병 이후 조직 재편 과정 등이 맞물리며 일부 계열사에서는 지급 기간 관리가 완전히 안정화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특히 HD건설기계는 단기 지급 비중이 높음에도 60일 초과 지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일부 지급 프로세스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평가다. 업황 호조 속 협력사 거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급 속도 관리는 향후 상생 경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