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의료·제약


메르스 부실 역학조사 책임...법원, 국가와 삼성병원에 1억원 배상

삼성병원서 '슈퍼전파자' 14번 환자에 감염…국가, 접촉자 파악 부실 등 책임 인정

[FETV=박광원 기자]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당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민사40단독 남인수 판사)은 지난 21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는 사망한 A씨의 아내에게 3790여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국가와 함께 이중 6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A씨의 자녀 3명에겐 국가가 각 2160여만원씩을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으로 이 중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고인이 된 A씨(당시 55)는 2015년 5월 27일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한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그는 그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일 만에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병원과 국가가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과 메르스 노출 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확대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2015년 9월 총 1억72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법원은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의 과실과 A씨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8층 병동의 입원환자는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A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로 14번 환자 등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고,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 접촉자 파악에서도 부실하게 역학조사를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분류 업무를 전담했더라도 보건 당국의 관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결국 보건 당국이 메르스 위험 노출 고지 및 증상 확인 등 능동감시 의무를 불이행해 A씨가 메르스 진단 및 치료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점과 현재까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는 점,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해선 대증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배상금을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