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ETF(상장지수펀드) 300조'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순자산총액이 100억원 미만인 ‘좀비 ETF’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은 운용하는 ETF 4개 중 1개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상장·운용 중인 ETF는 총 1059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자산총액이 100억원 미만인 ETF는 152개로, 단순 비중만 보면 전체의 14.4%에 달한다. 사실상 ETF 7개 중 1개꼴로 ‘규모가 작은 상품’이 시장에 깔려 있는 셈이다.
거래소 규정상 상장 후 1년이 지난 ETF가 반기말 기준 ‘신탁원본액 및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고, 관리종목 지정 후 다음 반기말에도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진다. 업계에서 통상 순자산총액이 100억원 미만 상품을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구조를 감안해 일정 수준의 완충구간을 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5년 한 해 동안 실제 상장폐지된 ETF가 50개에 달했던 점을 합치면, 시장의 ‘부실·퇴출 리스크’는 더 두드러진다. ETF를 10개 이상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중 부실·상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키움투자자산운용이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현재 64개 ETF를 운용 중이며, 이 중 순자산총액 100억원 미만이 20개다. 여기에 2025년 상장폐지된 ETF 7개를 더하면 총 71개 중 27개(38.0%)가 ‘규모 미달 또는 상장폐지’에 해당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비중이 높았다. 현재 46개 ETF 중 순자산총액 100억원 미만은 9개지만, 2025년 상장폐지된 ETF가 13개로 가장 많아(총 59개 중 22개) 부실·상폐 비중이 37.3%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은 현재 75개 ETF를 운용하며 순자산총액 100억원 미만이 15개, 2025년 상장폐지 6개를 합치면 총 81개 중 21개(25.9%)가 위험군 또는 상장폐지 상품으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삼성액티브자산운용 포함)은 전체 운용 규모가 큰 만큼 같은 ‘저규모 ETF’가 존재하더라도 비중은 낮았다. 삼성 계열은 현재 243개 ETF 중 순자산초액 100억원 미만이 17개이며, 2025년 상장폐지 3개를 합산하면 총 246개 중 20개로 부실·상폐 비중은 8.1% 수준이다.
ETF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상품 수는 늘었지만, 동시에 규모가 작은 ETF와 상장폐지 사례도 함께 불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될수록 양적 확대는 쉬워도 상품의 ‘체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투자자 수요와 지속 가능한 운용 여건을 먼저 점검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단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상품 쏠림, 베끼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